[전남일보]서석대>해저터널
김성수 논설위원
2024년 02월 13일(화) 13:43
김성수 논설위원
일본에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터널이 있다. 일본의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세이칸 해저터널’로 총 길이만 53.85㎞이다. ‘영불해협 터널’과 비교하면 해저구간은 짧지만 철도, 도로를 합산해 전 세계에서 가장 길다.

일본이 철도가 잘 발달된 이유는 기상악화 탓이다. 크게 4개 섬으로 이뤄진 일본 열도는 풍랑이 거센 특징 때문에 기상악화로 인해 페리 운항이 종종 중단되는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해저터널을 만들자는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해저터널에 소요되는 엄청난 자금에서부터 긴 공사기간까지 어느 것 하나 만만치 않았다. 1961년 착공돼 24년만에 완공된 ‘세이칸 해저터널’은 당시 건설비용만 6890억 엔(약 5조7000억 원)에 달했다.

막대한 비용에 반발도 있었지만 세이칸 해저터널이 건설된 결정적 사건이 있었다. 1954년 발생한 태풍 마리호 때문이다. 당시 항해 중이던 ‘토야마루’(洞爺丸) 등의 페리연락선이 조난돼 무려 1139명의 사망자와 행불자를 남긴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해저터널 건설의 찬반양론은 일시에 수그러들었고 일본은 ‘토야마루호’ 조난 사고 7년 만에 지질 조사 등과 설계를 거쳐 추진한 해저터널이 바로 ‘세이칸 터널’이다.

국내에도 해저터널 논의가 활발하다. 우선 ‘보령 해저터널’이 2021년 12월 1일 개통했다. 총길이만 6.927km로 국내 최장 터널이다. 지난해 5월 사업자가 선정됐던 여수~남해 해저 터널 사업도 올 상반기 안에 착공할 예정이다.

매년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목포~제주 해저터널’도 빼놓을 수 없다. 목포에서 해남과 보길도를 잇고 추자도를 거쳐 제주까지 17㎞의 해저터널을 건설한다는 구상이 그것이다. 올해도 완도군과 해남군, 영암군이 ‘서울~완도~제주 고속철도 건설’을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2026~2035)’에 반영되도록 공동건의문을 전남도에 제출했다. ‘목포~제주’ 해저터널이 만들어진다면 물류 이동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제주로 몰려드는 외국관광객의 수송을 이원화 시켜 만성적인 제주공항의 포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추진논리이다.

해저터널은 막대한 비용과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해저터널을 놓고 지역간 갈등도 첨예하다. 정치논리로의 접근도 경계 대상이다. 일본 ‘세이칸 해저터널’의 사례와 달리 ‘목포~제주 해저터널’ 건설은 좀더 심사숙고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