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카타르 쇼크’ 클린스만호, 실리도 명분도 다 잃었다
말레이시아와 3-3 무승부
1승 2무 승점 5…E조 2위
31일 F조 1위와 16강전
2024년 01월 25일(목) 23:09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5일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한 뒤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뉴시스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클린스만호가 조별리그 최약체인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졸전 끝에 무승부에 그쳤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등 사실상 최정예 선발진을 가동했음에도 무려 세 골을 내줬고, 조 2위에 머무르면서 16강 진출에도 웃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25일 카타르 알 와크라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말레이시아와 2023 AFC(아시아축구연맹)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3-3 무승부에 그쳤다.

이날 무승부로 조별리그 1승 2무(승점 5)에 그친 한국은 요르단과 바레인의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조 2위가 확정됐다. 다만 바레인이 최종전에서 요르단을 꺾으며 2승 1패(승점 6)로 조 1위에 올랐고, 요르단은 1승 1무 1패(승점 4)로 조 3위로 떨어졌다. 말레이시아는 1무 2패(승점 1)로 조 4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조규성을 홀로 최전방에 세웠고 이재성과 손흥민, 이강인이 2선, 정우영과 황인범이 3선을 이뤘다. 설영우와 김민재, 김영권, 김태환이 포백을 구축했고 조현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이기제를 대신해 설영우가 좌측면을 책임지고 김태환이 우측면에 선발 투입됐다. 또 중앙 수비에서 정승현이 빠지고 김영권이 나서면서 포백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공격과 중원에는 박용우 대신 정우영이 기용된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 전반 21분 만에 선제 득점을 만들어내며 순조롭게 다득점 승리를 만들어내는 듯했다. 이강인이 좌측면에서 올린 코너킥을 정우영이 정확히 머리에 맞혔고, 하즈미 골키퍼가 쳐냈으나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 교신 뒤 득점이 인정됐다.

전반을 1-0으로 마친 한국은 다득점에는 실패했으나 동시에 킥오프한 요르단과 바레인의 경기가 0-1로 흘러감에 따라 이 시점에서는 조 1위에 올랐다. 그대로 경기가 종료된다면 선두로 16강행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들어 말레이시아의 기세에 잡아먹혔다. 후반 6분 우리 진영에서 공을 돌리다 탈취당한 뒤 할림의 감각적인 슈팅에 동점을 허용했고, 17분에는 설영우가 수비 과정에서 아이만의 발을 걷어찬 것이 VAR을 통해 지적되며 페널티킥을 허용한 뒤 역전까지 내줬다.

클린스만 감독은 역전 허용 직후 조규성과 황인범 대신 황희찬과 홍현석을 투입했고, 후반 30분에는 설영우와 정우영 대신 김진수와 오현규를 들여보내며 재역전을 노렸다.

결국 후반 38분 이강인이 프리킥 상황에서 정확히 골문 상단 구석을 노린 슈팅이 하즈미 골키퍼의 손에 맞고 골망을 흔들며 다시 동점을 만들었고, 추가시간 4분에는 오현규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손흥민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3-2 재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재역전으로 잡은 리드는 오래 가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 15분 파울루가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밀어준 공을 모랄레스가 한 번 잡아놓은 뒤 슈팅으로 연결했고, 조현우 골키퍼가 몸을 던졌음에도 손끝을 스쳐지나며 3-3 동점으로 경기가 종료됐다.

한국은 E조 2위에 그치면서 16강전을 오는 26일 자정에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태국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F조 1위와 치르게 됐다. 다만 1~2차전에서 경고를 받은 박용우와 김민재, 이기제, 조규성, 손흥민, 황인범, 오현규에 이어 이재성도 경고를 받으면서 누적 위험이 추가됐다.

반면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는 44년 만에 자력으로 나선 아시안컵 본선에서 조 최하위에 머물렀음에도 2007년 대회 이후 17년 만의 득점과 1980년 대회 이후 44년 만의 승점 획득에 성공하며 기적의 드라마를 썼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