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이현창>‘초고령’ 전남 대중교통, 지역 실정에 맞게 개선해야
이현창 전남도의원
2024년 01월 15일(월) 10:22 |
이현창 전남도의원 |
간단한 생필품을 사기 위해 정류장까지 30분 이상을 걷고, 혹한과 폭염 속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볼일을 본 후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3~4시간 정도로 현재 상황은 농촌의 고령 주민에게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다.
농촌진흥청의 ‘농어업인 복지실태 조사(2021)’에 의하면, 농촌주민들은 몸이 아파 의료기관까지 가는 시간은 평균 25분(편도기준)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자차를 이용하는 청년은 불편이 덜하지만, 노인 1인 가구의 60% 정도가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에 가는 시간이 33분이나 걸리고, 30분 이내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는 비율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단 병원 가는 일뿐만 아니라 장을 보거나 생필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읍내에 나가는 일도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해 녹록지 않다.
실제 전남지역의 농어촌마을은 교통 인프라 감축이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호남지방통계청이 발표한 ‘우리지역(전남) 농어촌마을 생활모습(2020)’에 따르면, 전남지역 농어촌마을 중 주민들이 도보 15분 이내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마을은 전체 6337개 중 543개(8%)로, 지난 2010년 316개보다 227개나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전 시외버스가 다니던 마을은 1072개에서 541개로 49.5% 줄었고, 기차가 닿던 곳도 186개에서 91개로 반토막이 났다.
이러한 교통 소외지역 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지나 2019년부터 농촌형 교통모델 사업을 통해 소형버스나 100원 택시 같은 공공형 교통수단을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농어촌 교통 소외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대다수의 버스 운송사업자들은 농어촌 지역의 특수한 환경 때문에 운행을 기피한다. 벽오지가 많고 운행 거리가 길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용수요 또한 감소함에 따라 운영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요금 인상, 노선축소, 차량감소 등이 불가피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는 농어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기본적인 대중교통 복지를 위해 버스회사에 매년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막대한 손실보조금을 지원해서라도 버스를 운행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전남의 경우 운송업체 경영 악화로 지자체 재정지원금이 지난 2021년 412억원에서 2023년 511억원으로 증가했다. 농어촌버스 대부분이 대형버스로 운행되지만, 지역 특성상 농번기 또는 추운 겨울철에는 탑승 인원이 거의 없어 대형버스가 빈 차로 운행됨에 따라 연료 과다소비 등 비용부담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이동권 제약 현실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전남은 아직까지 지역별로 제대로 된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이 없는 상황이다.
대중교통 이용분포와 취약지역 분석을 통해 정기 운행하는 버스의 크기와 노선을 어떻게 합리화할 것인지는 지역 사정에 맞게 고민해야 하며, 벽지나 오지 노선은 계절별 또는 시간별로 소형버스 운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매년 가중되는 적자 폭을 다소 경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지속 가능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단 한 명의 주민이 이용하더라도 대중교통은 운영돼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다. 농어촌 주민들은 하루 몇 차례 정기 운행되는 시내버스만이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임을 감안하고 효율적인 방안을 하루빨리 모색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