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정부, 청년내일채움공제 폐지… 취준생들 ‘한숨’
청년들 “목돈희망 사라져”
올해부터 신규 가입 못해
작년 지원축소 후 폐지수순
2년간 지역 5841명 대상
“대안 부실…청년정책 필요”
2024년 01월 08일(월) 18:47
청년내일채움공제 정보.
취업 앞둔 청년들이 사라져버린 ‘목돈 희망’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올해부터 자산 마련 지원책인 청년내일채움공제(내채공)가 폐지돼 신규 가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사라진 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구직청년을 위한 정부의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8일 광주노동청·중기부에 따르면, 내채공은 만 15~34세 청년이 중소기업에서 2년 근속할 경우 청년·기업·정부가 각각 400만원씩 적립해 공제금 12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다. 청년 근로자의 중소기업 취업과 장기 재직을 유도하고 재산 형성에도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신규 가입자를 받지 못하게 됐다. 중기부가 올해 가입자까지만 지원하는 용도로 지난해 대비 862억원 감액된 1217억원을 사업비로 배정 받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신규 추진 사업도 없다.

청년 중소기업 재직자의 ‘자산 형성 통로’였던 내채공 일몰 소식에 지역 청년들은 깊은 좌절감을 토로했다.

취업 준비생 김세아(25)씨는 “취업준비기간 내채공 제도가 바뀌었고 지원금·인원·대상도 축소됐다”며 “‘목돈도 모으고 일도 배우자’는 취지로 내채공을 직장 선택 기준으로 삼았는데 폐지되는 바람에 중소기업 들어갈 메리트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영광에서 굴비·염장품을 제조하는 이상범(27)씨는 “대학 졸업 후 고향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정규직을 앞두고 내채공 준비 중이었는데 지난달을 끝으로 신규 신청이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얘기를 들었다”며 “목돈을 모아 친구와 공동 창업을 꿈꿨는데 이젠 기대조차 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주 북구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한 시민이 창업,취업 안내문들을 살펴보고 있다. 송민섭 기자
아쉬운 건 지역 중소기업도 마찬가지.

광주에서 전동·발전기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이모(55)씨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급여 부분을 정부 정책으로 메꿨는데 이젠 이 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며 “내채공 덕에 2~3년 버티는 직원들이 많았고, 지원이 줄었어도 지역 기업·청년들이 이 제도를 잘 활용해 왔다. 지역 일자리 개선을 위해 지원 사업이 지속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앞서 내채공은 2016년 시작 당시 2년형 만기금 1600만원이던 금액이 2021년 1200만원으로 줄었고, 지난해 지원 인원이 7만명에서 2만명으로, 대상이 5인 이상 중소기업에서 50인 미만 제조·건설업으로 제한됐다. 최근 2년간 광주·전남 내채공 대상자는 5841명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청년도약계좌’ 사업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만 19~34세 청년이 월 40만~70만원을 납입하면 소득에 따라 정부가 납입액 3~6%를 보태 5년 후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상품이다. 그러나 ‘청년 근로자’를 위한 상품이 아닌 데다 5년짜리 적금을 들 여유가 없는 청년들 사이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달 기준 누적 가입자는 51만명으로 출시 당시 금융위원회 목표치 306만명에 비하면 17% 수준이다.

김성진 전 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은 “청년도약계좌는 잘못된 설계로 당초 예상했던 가입자보다 극히 적은 수만 모집됐다”며 “정부는 내채공 사업을 원상복구하고 관련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회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 자산 마련 정책으로 그간 청년인력과 중소기업이 장기 재직 등 '윈윈 구도'를 이어왔다”며 “우후죽순 생기는 청년 지원책을 재정립해야 한다. 청년도약계좌는 내채공과 결이 다르다. 지역 중소기업 인력 이탈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더 나은 대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광주고용복지센터 관계자는 “재정여건 악화와 이용률 감소 등이 일몰 사유로 알고 있다”며 “내채공과 똑같은 사업 개요·지원 내용인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등이 있는 만큼 기존 사업을 활용해 청년취업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