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49> 2024년, 예술을 조금 더 가까이...
●이선 이강하미술관 학예실장
현대 미술 분야 재료·주제 다양
전문적으로 작품 감상하기 위해
전시 해설 ‘도슨트’ 서비스 이용
작품 보는 곳 넘어 ‘감각을 공유’
더 친숙한 ‘현대미술 감상법’ 기대
현대 미술 분야 재료·주제 다양
전문적으로 작품 감상하기 위해
전시 해설 ‘도슨트’ 서비스 이용
작품 보는 곳 넘어 ‘감각을 공유’
더 친숙한 ‘현대미술 감상법’ 기대
2024년 01월 07일(일) 16:37 |
지난해 이강하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관람객 전시 도슨트(전시 해설) 현장. 이선 제공 |
가끔 특정한 단체나 기관에서 시각 장애인만을 위한 전시회를 개최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청각 또는 촉각적 감각을 사용하여 기획의 의도까지 점자로 변환하여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안내 서비스의 경우를 보았던 적이 있었지만, 이번 경우는 달랐다. 특히 그 기간에 이강하미술관에서 진행 된 전시는 일반 성인을 위한 현대 한국화 전시회로 점자로 된 설명 책자나, 원작의 작품을 직접 촉각으로 만질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날 함께 동행 했던 가족들의 도움으로 도슨트는 잘 마무리 되었지만, 나에게 ‘미술의 감상법’ ‘좋은 관람법’이란 무엇인지 전시기획자로써 생각해 볼 수 있던 새로운 관점에서의 전환점이자 경험이 되는 잊지 못 할 순간으로 기억되고 말았다.
가끔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에게 많이 받는 질문들 중 하나가 “문화생활을 더 즐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미술관에서 좋은 작품을 더, 잘, 관람 할 수 있을까요?” 라는 내용이다. 그 질문에 대한 여러 답변과 의견을 나누었던 것들을 스스로 정리해보면 첫 번째, 우리에게 ‘좋은 작품’은 무엇일까? 두 번째, ‘더, 잘, 감상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세 번째, 미술관에서 ‘어떤 감각’으로 관람을 하는 것이 좋은 관람법일까? 이 세 가지의 질문으로 다시 요약된다. 그 답을 찾고 생각해보면, 현대미술의 분야는 점점 재료와 주제들이 다양해지고, 내용 또한 어려워지는데 미술관에 온 관람객들이 어떻게 하면 더 친숙하게 다가가 마주할 수 있을까? 혼자 또는 같이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하는지 경험해보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이강하미술관에서 전시와 작품을 집중해서 자세히 관람하는 관람객의 모습. 이선제공 |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김구림 전시 도슨트를 듣는 관람객의 모습. 이선 제공 |
김범 ‘노란 비명 그리기’를 관람하는 관람객의 뒷모습. 단채널비디오, 컬러,사운드, 31초 6분, 2012년. 리움미술관. |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는 방식은 어쩌면 또 다른 세상(삶)을 바라보는 개인의 태도이자 눈이 될 수도 있다. 현대미술을 ‘안다’, ‘모른다’ 의 경계로 나누지 않고, 예술의 이미지 자체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우리들의 감각으로 전달되어 실마리로 삼으면서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이해하는 것’, ‘모르는 것’, 그 전부를 한데 아우르는 ‘함께 보기’, ‘함께 나누기’ 로 확장해 보면 어떨까. 우리에게 귀로 다 들을 수 없었던 것이 들리고, 눈으로 볼 수 없던 것이 보이며, 촉감으로 확인 할 수 없어 경험하지 못했던 것이 느껴지는 수많은 한계와 시선들을 공유해 볼 수 있는 넓고 깊은 ‘현대미술 감상법’이 있다면, 올해 2024년 ‘예술’을 조금 더 친숙하고 따뜻하게 우리 곁에 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