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정의롭고 숭고한 사랑… 베토벤 음악 '집대성'
<베토벤의 ‘피델리오’>
베토벤 전성기 작품 독일 오페라 정수
18세기 후반 스페인 주립 교도소 배경
풍부한 화성·완벽에 가까운 음악 ‘매력’
웅장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 색다른 풍미
베토벤 전성기 작품 독일 오페라 정수
18세기 후반 스페인 주립 교도소 배경
풍부한 화성·완벽에 가까운 음악 ‘매력’
웅장하고 짜임새 있는 구성 색다른 풍미
2023년 12월 21일(목) 17:54 |
오페라 ‘피델리오’의 한장면.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그는 유난히 모차르트 오페라를 싫어했다고 알려진다. 천재 작곡가 모차르트를 인정하지만, 그가 만든 오페라 부파(희극 오페라)에 대하여 저속하다는 표현을 종종 했다. 이는 모차르트 오페라 부파에 등장하는 노골적인 애정행각과 사랑 이야기가 저급하다고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모차르트 사후에도 <마술피리>, <코지 판 투떼>처럼 애정행각과 주술, 그리고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가 판치는 오페라계를 지극히 보수적이고 고집불통이었던 베토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베토벤은 오페라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소재를 찾기 어려웠던 것으로 다양한 고전소설을 탐닉했던 베토벤은 휴머니즘에 관심이 많았었는데, 당시 상업적 목적으로 출간됐던 대부분 소설 중 그러한 내용을 찾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오페라 ‘피델리오’ 출처 뉴욕 메트로오페라극장 |
<피델리오>는 억울하게 죄인이 되어 투옥된 남편을 아내가 남장하고 직접 구출해 낸다는 내용인데 피델리오는 여주인공인 레오노레가 남장했을 때 가명이다. 베토벤은 이 작품에서 정의가 승리하고 강한 부부애가 지금까지 자신이 찾는 소재였으며 특히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기 전 그의 혁명을 민중 해방이라 찬미하고 그를 위해 교향곡 3번 영웅을 작곡했듯이, 이 작품에서도 정의가 독재에 맞서 승리하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고 전해진다.
2020-2021 시즌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오페라로 공연된 ‘피델리오’.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
한편 교도소장 피차로는 법무 대신이 교도소를 시찰한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하여 플로레스탄을 당장 죽이라고 로코에게 명령하고 피델리오는 이 대화 내용을 듣게 된다.
감옥이 배경인 오페라 ‘피델리오’.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
곧이어 피차로가 감옥에 내려와 플로레스탄을 직접 죽이려는 순간, 레오노레가 피차로에게 권총을 겨누려는데 이때 법무 대신의 교도소 도착 팡파르가 울린다. 어쩔 수 없이 피차로는 연적 플로레스탄에 대한 처형을 뒤로 미루고 로코와 함께 지상으로 올라가고 둘만 남은 부부는 안도와 기쁨을 함께 나눈다. 이어 법무 대신은 억울하게 감옥에 갇혀 있던 수감자들을 풀어주고 실종된 자신의 친구 플로레스탄을 보고 깜짝 놀란다. 군중은 남편을 구하기 위해 기지와 목숨을 불사르는 아내 레오노레의 용기와 미덕을 찬송한다. 하지만 피델리오를 연모하던 마르첼리네가 실망하는 모습과 함께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피날레의 대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원작은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오페라에서는 스페인 세비야, 아프리카와 가까운 무어인들이 살았던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극의 배경을 옮겼다. 이유는 당시의 작품 검열 때문이다. 프랑스 혁명과 더불어 계급 사회 붕괴나 정치적 사항에 민감한 당시 집권 세력들은 민중이 사랑하는 오페라의 내용이 사회불안을 혹시 조장할까 두려워했으며 그래서 강력히 제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의 변방인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으로 스토리 배경을 옮겨서 변방의 이야기로 치부 받아 검열을 피하려는 오페라 작품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랑의 힘으로 태어난 용기와 지혜로 남편을 구출한 레오노레! 해피엔드의 이 작품은 당시 유럽을 휩쓸고 있던 부파 오페라와 행복 결말이라는 점은 유사하지만, 극이 주는 재미는 여타 오페라보다는 덜하다는 평을 받았다. 극적인 긴장감도 떨어지고 너무 평탄한 대본의 진부함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독일어권에서는 이탈리아 오페라에 못지않게 주요 레퍼토리로 자주 올려지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베토벤 전성기에 완성된 곡으로 그가 표방했던 음악이 모두 집대성된 작품이다. 베토벤이 자신의 철학을 담은 풍부한 화성과 고집스럽게 수정하며 만든 완벽에 가까운 음악은 극적인 재미보다 또 다른 베토벤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레오노레 역의 소프라노 키츠와 플로레스탄역의 테너 트렙토프. 출처 위키피디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