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게이샤의 비극적 운명… 진한 감동 오리엔탈리즘
<푸치니의 ‘나비부인’>
푸치니 '가장 좋아하는 여주인공' 꼽아
감성적 선율·아름다운 시적 대본 압권
순종·청순가련한 일본 여인 ‘매력 요소’
15~16일 광주시립오페라단 공연 주목
푸치니 '가장 좋아하는 여주인공' 꼽아
감성적 선율·아름다운 시적 대본 압권
순종·청순가련한 일본 여인 ‘매력 요소’
15~16일 광주시립오페라단 공연 주목
2023년 12월 07일(목) 17:48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오페라 <나비부인>의 배경인 일본의 나가사키 항은 제일 먼저 제국주의 열강에 문호를 개방한 항구도시이다. 이곳에는 무역을 위한 상선과 더불어 늘어나는 교역으로 인해 서양 각국은 영사를 파견하였으며, 자국민 보호와 그들이 점령한 아시아의 식민지로 가는 경유지로 사용하였다. 항구 주변에는 큰 함선에서 하선한 멋진 제복 차림의 군인들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항구 주변에는 서양인들을 상대로 하는 게이샤들이 넘쳐났다. 당시 나가사키에 입항한 서양인은 사업이나 군인들로 대부분이 남성이었는데 이들은 동양 여인을 향한 동경과 욕망으로 점철하여 그녀들을 취하였다. 이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지만, 당시 신분제와 극심한 성차별이 있었던 일본 여성들에게는 해방구로 서양 남성들과의 관계가 이용되기도 했다.
1940년~1950년대 나비부인역을 72회 열연한 이탈리아의 소프라노 리치아 알바네제(사진 오른쪽).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 장면.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나가사키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일본식 집이 배경이다. 미국 해군 장교 핑커톤은 집안이 몰락해 열다섯 살에 게이샤가 된 ‘초초’상과 일본식 전통 혼례를 가진다. 핑커톤은 장난에 불과했지만, 핑커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버터플라이(이름 초초는 말은 나비를 가리킴)는 핑커톤과의 결혼에 모든 것을 걸고 기독교로 개종하고 친인척과 인연까지 끊는다. 나가사키의 미국 영사 샤플레스는 초초상의 진심을 걱정하고 핑커톤에게 신중하라고 충고하지만, 핑커톤은 그 충고를 가볍게 넘긴다. 숙부의 소란으로 엉망이 된 결혼식과 슬퍼하는 초초상을 다래는 핑커톤의 초야를 끝으로 2막으로 넘어간다.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오페라 ‘나비부인’ 포스터 |
영사에게 핑커톤이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나비부인은 핑커톤이 탄 군함을 환영하는 예포 소리를 듣고 감격에 겨워 온 집안을 꽃으로 꾸며놓고 밤새 그를 기다린다. 새벽이 밝아온 뒤에야 버터플라이는 잠시 방 안으로 들어가 눈을 붙인다. 이때 핑커톤과 그의 약혼자 케이트, 영사가 나타나 스즈키에게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한다. 핑커톤은 온 집안에 가득한 꽃들을 보고는 괴로워서 숨어버리고, 케이트는 버터플라이 앞에 나타나 아들을 친자식처럼 잘 키우겠다고 약속하고. 버터플라이는 30분 후에 핑커톤이 직접 아이를 데리러 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들 떠난 사이에 아이에게 마지막 작별을 고한 뒤 병풍 뒤로 가서 ‘명예롭게 살 수 없다면 명예롭게 죽으리라’라고 쓰여 있는 아버지의 칼로 자결한다. 핑커톤이 돌아와 ‘버터플라이’를 외쳐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너무나도 애절함이 가득한 나비부인을 푸치니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여주인공이라고 언급했다. 푸치니의 감성적 선율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시적 글귀로 가득 찬 훌륭한 대본은 이 작품의 완성도를 고도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푸치니는 <나비부인>에서 역시 진한 감동으로 관객들의 눈물을 쏟아내게 한다. <나비부인>은 ‘어떤 갠 날’, ‘허밍 코러스’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잘 알려진 주옥같은 곡들을 들을 수 있다. 또한 이 작품 내내 한 번도 쉬지 않고 출연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소프라노 주역의 나비부인의 음악적 테크닉과 연기를 주시하는 것 역시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이다. 1900년 초 당시 <나비부인>을 보고 오페라에 비치는 모습이 동양의 여인상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융복합 예술인 오페라는 당시 시대를 비추는 표상이었으며, 내가 꿈꾸는 세상을 음악으로 만나보려는 우리의 열망을 담은 공연예술이다. 복잡한 세상 가슴을 뜨겁게 해주는 예술로의 여행 오페라로 맛볼 수 있는 행복한 중독일 것이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
최철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