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범비명계’ 원내외 세규합 가시화
10일 이낙연계·원칙과상식 토론회
비주류 플랫폼 ‘이재명체제’ 압박
이낙연, 강성지지층 출당청원 비판
2023년 12월 05일(화) 18:07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협동관에서 박시종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사진 왼쪽)의 출판기념회에 참석, 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연일 ‘이재명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친이낙연계 시민모임과 민주당내 비이재명계 의원들의 모임이 오는 10일 대규모 토론회를 연다.

이 자리에 이낙연 전 대표의 참석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범비명계 중심으로 원내외 세 규합이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친이낙연계 시민모임 ‘민주주의실천행동’(실천행동)은 10일 예정된 민주당 내 혁신을 자처한 비명계 의원들의 모임인 ‘원칙과상식’이 마련한 ‘국민과 함께 토크쇼’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5일 밝혔다.

앞서 원칙과상식은 지난 3일 “당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사들과 대규모 토론회를 열 계획”이라며 예고했다.

당시, 원칙과상식의 이원욱 의원은 “이른바 비명계라고 불리는 당원들, 비주류 당원들이 모일 수 있는 플랫폼, 이런 게 여태 존재하지 않았고 어느 날 갑자기 페이스북에서 ‘다 모여라’라고 한다고 모이지 않을 거 같아서 1차적으로 연락해서 한 번 모임을 하고, 그런 플랫폼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실천행동측이 이날 원칙과상식의 제안에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천행동은 친이낙연계 인사들이 주축인 원외시민모임으로 알려졌다. 이낙연계인 신경민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병석 ‘모색과 대안’ 대표와 이낙연 대선캠프에 몸담았던 김효은 전 선대위 대변인 등이 활동하고 있다.

원칙과상식의 김종민 의원과 이원욱 의원은 지난달 말 개설된 실천행동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토론회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한국 정치가 무원칙 비상식의 늪에 빠져있다”며 “민주당이 이대로 그냥 가면 윤석열 정권 심판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은 정치개혁을 선도해 온 정당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말끔히 씻어 버렸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되고 사당화가 완성됐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행사에 이낙연 전 대표가 참석할 가능성도 나온다. 윤영찬 의원은 지난 4일 이 전 대표 참석 가능성에 대해, “어느 분이 올지 확정된 게 아니다. 하지만 올 수 있는 분은 다 초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참석하게 되면, ‘이재명 체제’ 민주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모아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 전 대표는 이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 자신을 향한 강성 지지층의 출당 청원에 대해, “당에서 몰아내면 받아야지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몰아내주길 바라냐’는 진행자 질문엔, “바라기야 하겠나”라면서도 “당원들이 그렇게 하고 당이 결정한다면 따라야죠”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이낙연 전 대표 당내 통합에 장애물 출당 요청’이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이날 정오 기준 1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한 달안에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당은 공식 답변을 해야 한다.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 정국 역할론에 대해, “제 개인의 무슨 공간을 찾고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 위기에 대한민국이 빠지지 않도록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다른 인터뷰에서도 “당장 일주일에 며칠씩 법원에 가는데 이런 상태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당연히 함직하다”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했고, “내부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달라지길 기다렸는데 달리지지 않고 있지 않나. 기다림이 바닥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최근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나 당내 상황을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이 대표 체제 비판의 연장선으로 읽힌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출신 국무총리 3인이 ‘반(反)이재명’ 연대 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중심에 이 전 대표가 서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와 정치적 연대설이 제기되는 데 대해, “현 상황에 대해 매우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서도, “(연대는) 아직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무슨 모색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