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센블루는 300년 투쟁의 역사… 청자는 신비로운 색"
닥터 틸만 블라쉬케 마이센 최고경영자
"유럽도 도자 산업 쇠퇴 위기
식탁 트렌드 변화 대응해야"
2023년 11월 16일(목) 17:47
닥터 틸만 블라쉬케 마이센 최고경영자.
닥터 틸만 블라쉬케 마이센 최고경영자
마이센 기업의 정체성을 담은 ‘마이센블루’는 깨끗하고 강렬한 푸른색이다. 최근 글로벌 케이팝 가수인 블랙핑크의 ‘제니’가 자신의 포르쉐 자동차에 ‘마이센블루’를 고집한 영상은 국내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최근 마이센 본사에서 만난 닥터 틸만 블라쉬케 최고경영자는 “마이센블루는 단일한 색이 아니라 ‘집단’을 뜻하는 색이다”며 “마이센은 300년 가까운 시간동안 색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투쟁을 해왔다. 마이센블루는 투쟁의 역사”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도자 기업 마이센은 유럽에서 최초로 도자기 채색을 발명한 곳이다. 색만 개발하는 고유한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고 해당 연구소를 통해 마이센 고유의 색을 발명하기 때문에 마이센의 ‘색’에 대한 자부심은 매우 높다.

그런 블라쉬케 대표도 강진청자의 신비로운 색에 감탄을 드러냈다. 블라쉬케 대표는 “초록색 베이스의 도자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여태껏 마이센은 흰색 도자에 데코레이션을 올리는 스타일이었다면 강진청자는 초록색(비색)에 색을 올리는 매우 아름다운 시도를 했다. 마이센도 다른색을 배경으로 하는 도자를 연구 중이다”고 설명했다.

오랜시간 초명품 기업으로 발돋움한 마이센도 최근 급격한 도자산업의 쇠퇴에 심각한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블라쉬케 대표는 “1990년대 당시 1800명의 직원들이 마이센에서 근무했지만 지금은 400명대로 줄었다”며 “2000년부터 현재까지 유럽의 도자기 산업은 심각한 쇠퇴를 맞고 있는데 도자 연구에서 도자 대량생산으로 산업이 대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센의 찻잔은 최소 100유로, 많게는 수 억원에 이르는 하이엔드 브랜드로 중국산 저가자기에 가격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수작업 공정’은 절대 대체될 수 없는 마이센의 철칙이다. 블라쉬케 대표는 “마이센은 전 공정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며 “그렇다고 마이센 도자를 싸게 팔 수는 없다. 굉장히 많은 수작업과 노력이 하나의 찻잔에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식문화 트렌드의 변화에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블라쉬케 박사는 “대가족 식탁에서 최근에는 소가족 단위로 식탁문화가 바뀌고 있다”며 “바뀌어가는 음식 트렌드에 따라 도자가 따라가지 못하는 사이, 이케아가 트렌드를 선점하면서 식기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마이센이 변함없이 식탁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시대에 발맞춰 변화하는 기업이 되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첫 번째 판매전략이다. 현대화와 청년층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초명품 브랜드인 ‘마이센’은 글로벌 기업이기도 하지만 마이센 마을과 상생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지역기업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마이센은 지역 인재 채용을 우선하거나, 지역사회와 공존할 있는 관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마이센은 작센 주 소유로 지방정부의 관할 하에 있어 최고경영자 역시 지방정부가 선임하고 있다.

블라쉬케 대표는 “마이센 시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관광활성화를 고민하고 있고, 마이센의 시는 도자원료를 통해 첨단산업을 연구하고 있다”며 “지역인재 비율도 95%로 마을과 마이센은 거의 한 몸이다”고 설명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글·사진=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