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박하선의 사진풍경 101>당신은 포위 되었다.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3년 11월 16일(목) 12:57 |
그것도 밀집된 초고층으로.
편리성을 따져 너도나도 선호한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맨손으로 들어가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는 의미의
‘맨션’이란 말로 유혹해 가진 자들의 차지가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보편화 되어 이 아파트 아니면 갈 곳이 없다.
어쩌다 하나씩 남아있는 단독주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모두 고층 아파트 숲에 포위되어 숨죽이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것도 세태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자생적인 문화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도시가 성장하면서 전문적인 시각으로 다듬어가지 않는다면
문화를 말하기 전에 속인들의 난장판으로 귀결되고 말 것이다.
우리는 잘난 놈, 못난 놈 할 것 없이 더불어 산다.
그 속에 삶의 재미가 있고, 희망이 있고, 평화가 있다.
말만 ‘예향’이니, ‘문화도시’니 하고 지껄여 되니 어찌해야 할까.
오늘도 성벽에 둘러싸여 있지만
누가 누구를, 또는 무엇을 지켜내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