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노인 범죄… 주된 원인은 ‘경제난’
원한관계·생활고 잇단 고령범죄
광주·전남 60대 이상 5년간 급증
‘노인빈곤 탓’ 재산범죄 비율 높아
“생애 주기 고려 안전망 강화해야”
2023년 10월 31일(화) 18:37
경찰마크.
광주·전남에서 고령범죄자가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년층 빈곤이 범죄와 연결될 수 있다면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사회안전망을 강조했다.

31일 광주·전남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전 9시35분께 광주 서구 매월동의 한 농협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미수에 그친 혐의(특수절도미수)로 붙잡힌 60대 A씨가 구속·송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동종전과로 처벌받은 뒤 최근 출소, 생활비를 구하고자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또 25일 오전 10시께 무안군 현경면의 한 주택에서 50대 부부의 얼굴을 향해 소주병에 담긴 화학약품을 뿌린 혐의(특수상해)로 B(75)씨가 구속됐다.

무안경찰에 따르면 부부는 B씨가 뿌린 화학약품을 맞고 얼굴과 팔 등에 화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김 양식장 주변에서 염산을 구해 범행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오래 전부터 교류를 이어오던 B씨가 금전 등의 원한을 품고 이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며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27일에는 나주에서 자신의 아내와 자주 연락한다고 오해해 남성을 찾아가 흉기를 휘두른 70대 남성 C씨가 검찰에 넘겨졌다.

나주경찰에 따르면 C씨는 지난 22일 오후8시30분께 나주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60대 중반 남성인 D씨의 얼굴과 어깨를 흉기로 찔러 다치게 했다. 병원으로 이송된 D씨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한 달 사이에만 노년층 범죄가 3건이나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광주·전남에서 60대 이상 고령범죄자들의 비중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5년 사이 광주의 범죄자 연령 중 61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 10.2% △2019년 9.93%△2020년 12% △2021년 13.9% △2022년 13.8%를 기록했다.

고령인구가 많은 전남의 경우 범죄자 5명 중 1명이 60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의 범죄자 연령 중 61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5.4% △2019년 17.6% △2020년 18.9% △2021년 19.4% △2022년 19.7%로 지속적으로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노년층의 범죄는 대부분 금전문제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청이 매분기 발표하는 범죄동향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만 65세 이상의 범죄자들의 유형은 ‘재산범죄’가 가장 많았으며 그 다음으로 ‘교통’과 ‘폭력’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지금 보이는 현상은 전조증상에 불과하며 현실적 안전망이 없다면 노년층 범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소한의 노후생활과 생계유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광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경은 변호사는 “퇴직을 하는 60대 중후반 시기에 갑작스레 경제권을 잃다보니 노인절도가 성행하고 있으며, 직장과 집을 오가던 생활에서 집에만 머물다보니 가정폭력 범죄까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교통범죄 또한 마찬가지로 고령운전자의 운전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60대 이상은 직장에서 물러나고, 자녀들에게 모든 경제적 지원을 쏟아낸 후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경제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게된다. 특히 부양의무제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부양할 수 있는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국가의 혜택 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다”면서 “고령인구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사회안전망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