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있는 사죄’가 미래 향한 진정한 해법
1992년 관부재판과 할머니들
하나후사 도시오 외 | 책숲 | 1만8000원
하나후사 도시오 외 | 책숲 | 1만8000원
2023년 10월 26일(목) 11:48 |
1992년 관부재판과 할머니들. |
이 책은 1992년 부산에 거주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3명과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1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재판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당시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에게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일본 야마구치 지방재판소 시모노세키 지부에 소송을 제기한다. 재판명은 ‘부산 종군위안부·여자근로정신대 공식 사죄 등 청구 소송’으로, 보통 관부재판(關釜裁判)으로 불린다.
1992년 소송을 제기하고, 1998년 4월 27일 제1심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원고가 일부 승소(일부 인용)했다. 일본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단 한 번의 순간일지 모른다. 1심 결과는 우리나라와 세계에 주목을 받았지만, 2심과 최종심에는 패소하고 만다. 책에는 소송의 시작부터 1심 일부 승소와 2심과 상고에서 기각과 패소에 대한 판결문 요지, 원고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과 진술, 일본 역사수정주의자들과의 싸움, 지역사회와 국회의원에게 펼친 입법운동 등 관부재판이 시작된 후 28년간의 활동이 생생하게 수록돼 있다.
특히 관부재판 소송을 제기하긴 전, 1991년 관부재판의 지원 요청을 받은 하나후사 씨 부부와 일반 시민과 변호사들은 일본 후쿠오카에서 ‘전후책임을 묻는다·관부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을 만들어 재판 지원을 시작했다. 이들이 고군분투해온 관부재판 소송의 과정과 원고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 전후 보상과 사죄 운동 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한국과 일본이 교류하며 미래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메시지를 던진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