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비극적 운명의 서사… 권력에 맞선 통렬한 복수극
<베르디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암흑·종교의 시대’ 유럽 중세시대 배경
마녀재판·화형·숙청·전쟁 등 소재 독특
결투·처형 등 4막… 격정적 드라마 전개
광주 연고 '강숙자오페라라인' 공연 주목
‘암흑·종교의 시대’ 유럽 중세시대 배경
마녀재판·화형·숙청·전쟁 등 소재 독특
결투·처형 등 4막… 격정적 드라마 전개
광주 연고 '강숙자오페라라인' 공연 주목
2023년 10월 12일(목) 09:55 |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연 모습.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
‘암흑의 시대’, ‘종교의 시대’라 불리던 서양의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 트로바토레>는 낭만주의 시대를 대표하는 스페인의 작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구티에레스가 1836년 발표한 <엘 트로바도르>를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 작품의 제목인 이탈리아어 ‘트로바토레’는 스페인어로 ‘트로바도르’라고도 하며 창작 예술이 능한 기사인 ‘음유시인’을 지칭한다. 음유시인은 중세 봉건 제후들의 궁정을 돌아다니며 시를 낭송하고 곡을 연주하며 살았다.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연 모습.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
집시들은 유럽으로 흘러들어온 유랑민으로 어느 민족보다도 천대받으며 늘 생존의 위협 속에서 살았다. 더군다나 힘없는 집시 여인이 죄 없는 자신들을 박해한 스페인의 권력자에게 멸문지화를 안겨준 통렬한 복수극 이야기는 거의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바라볼 <일 트로바토레>에서는 가능하게 만들었다.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연 모습.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
‘집시 여인’이라는 부제와 함께 2막이 오르고 집시들이 모루를 두드리며 그 유명한 ‘대장간의 합창’을 노래한다. 그때 만리코의 어머니역인 메조소프라노 아추체나가 등장하여 자신의 어머니가 화형당하던 당시의 일을 회상한다. 그녀는 만리코에게 그때 일을 자세히 들려주고 만리코는 자신이 아추체나의 자식이 맞나 의심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전쟁터에서 백작을 차마 죽이지 못한 사연을 이야기한다. 이때 만리코에게 만리코가 전투에서 죽은 줄 아는 레오노라가 수녀원에 들어간다는 보고를 받는다. 만리코는 어머니의 만류를 뒤로하고 수녀원으로 달려가 루나 백작과 결투를 해 레오노라를 구해낸다.
3막 ‘집시의 아들’에서 루나 백작 진영의 병사들이 다음 날 전투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자리에 페란도가 적의 첩자로 보이는 집시 여인 아추체나를 잡아서 데려온다. 그리고 그녀가 옛날 자기 동생을 불 속에 던진 집시라는 걸 알고 감옥에 가둔다. 한편 결혼식을 앞둔 만리코와 레오노라는 사랑의 기쁨에 취해있는 이때 어머니가 적진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고 만리코는 테너역에서 가장 부르기 어렵다는 ‘타오르는 저 불길을 보라’를 노래하며 어머니를 구하러 달려간다.
4막 ‘처형’에서는 어머니 아주체나를 구하러 달려온 만리코는 포로가 되어 그녀가 있는 감옥에 같이 갇히게 된다. 사랑하는 만리코를 살리기 위해 레오노라는 루나 백작에게 거짓 결혼을 약속하고 그녀는 독약을 마신 채 만리코를 도망시키려고 감옥으로 간다. 하지만 만리코는 레오노라가 자신을 배신했다며 저주를 퍼붓고 이러는 사이 그녀의 몸에는 독이 퍼지고 만리코에게 진실을 고백한 다음 쓰러져 죽고 만다. 레오노라에게 속은 것을 눈치챈 루나 백작은 곧바로 만리코를 처형하고 만리코가 죽은 것을 알게 된 아추체나는 루나에게 ‘만리코가 너의 동생’이라고 이야기한다. 루나 백작은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충격을 받아 무너져 내리고 아추체나는 “어머니, 드디어 복수가 이루어졌군!”이라고 외치며 처절한 복수극은 막을 내린다.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연 모습.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
오페라 ‘일 트로바토레’ 공연 모습. 출처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광주 빛고을문화관에서 선보인 강숙자오페라라인의 ‘일 트로바토레’ 포스터 |
◇추천 음반 : 도이치 그라마폰 1988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공연 실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