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윳값 인상에 동네 카페·빵집 업주들 ‘한숨’
유업계, 이달부터 유제품가격 올려
자영업자들 원재료 비용 부담 가중
‘손님 끊길라’ 인상분 반영 어려워
각종 원가 상승 압박에 ‘속앓이만’
자영업자들 원재료 비용 부담 가중
‘손님 끊길라’ 인상분 반영 어려워
각종 원가 상승 압박에 ‘속앓이만’
2023년 10월 04일(수) 15:46 |
![]() 지난 1일부터 우유와 유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른 가운데 4일 광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우유 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
동네 카페나 빵집의 경우 주재료인 우윳값 인상은 곧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데, 값싼 우유로 바꾸면 품질을 유지하기가 어렵고, 또 인상분을 반영하면 손님이 떨어질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낙농진흥회가 우유 원재료인 원유 가격을 ℓ당 88원 인상한 1084원으로 결정하면서 원유 가격은 지난해 대비 8.8% 상승했다. 원윳값이 ℓ당 1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오른 원윳값에 주요 유업체들은 인상률이 시행된 지난 1일부터 흰 우유 제품 판매 가격을 올렸다.
서울우유협동조합(서울우유)의 경우 흰 우유 제품인 ‘나100%우유(1ℓ)’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으로 3% 올렸다. 매일유업도 우유 제품 가격을 4~5%가량 올렸고, 남양유업 역시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인상했다. 빙그레는 오는 6일부터 흰 우유 제품인 ‘굿모닝우유(900㎖)’ 가격을 5.9% 올린다.
유업체들은 소비자 부담과 정부 요구를 감안해 대형마트 흰 우유 판매가를 ℓ당 3000원 미만으로 책정해 한 팩(900㎖~1ℓ) 가격은 2900원 후반대로 형성됐다.
편의점에서는 흰 우유 한 팩(900㎖~1ℓ) 가격이 이미 3000원을 넘어섰다. 인상 전 한 팩 가격은 3000원~3050원 수준이었으나 지난 1일 이후 남양유업의 ‘맛있는우유GT(900㎖)’의 경우 150원(4.9%) 오른 32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서울우유 역시 편의점 흰 우유 200㎖ 제품 가격을 기존 1100원에서 1200원으로 9.1%나 인상했다.
원윳값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 상승으로 흰 우유 제품 판매가가 오르면서 우유가 사용되는 빵, 아이스크림 등의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인상되는 ‘밀크플레이션(밀크+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에도 낙농진흥회가 원윳값 인상을 결정한 뒤 우유 판매가가 오르자 연쇄적으로 빵 가격은 6%대로 오르고, 아이스크림과 커피 가격도 10%가량 급등한 바 있다.
이처럼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른 가운데 개인 카페, 빵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밀가루, 계란 등에 이어 우윳값까지 각종 원재료 가격이 오르자 ‘팔아도 남는 게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광주 동구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카페라는 업장 특성상 판매 메뉴의 60~70%는 우유를 사용하고 있다”며 “우윳값이 올랐으니 매장 메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동네에서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장사를 하는 입장에서 가격을 올리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A씨는 “전기세와 가스비 등 각종 공공요금 인상에다 건물주가 임대료까지 올려 안 그래도 힘든데 우윳값마저 올라 당장이라도 매장 문을 닫고 싶다”고 한탄했다.
서구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주재료로 우유뿐 아니라 치즈와 버터 등 유가공제품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른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며 “동네 빵집 특성상 손님들이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데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는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