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이진>인사청문회, 해결돼야 할 과제들
이진 광주시의회 운영수석전문위원
2023년 09월 26일(화) 12:26
이진 수석전문위원
지난 18일 광주시의회에서 광주관광공사 사장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제9대 의회에서 7번째로 열린 청문회다. 김진강 사장 후보자는 관광 전문가로서 장점과 관광재단 대표 경험 등을 중심으로 공사의 비전을 제시했다. 의원들은 관광도시 광주와 관광공사의 역할,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의 혁신방안, 통합조직의 안정화 방안 등 다각적인 검증을 실시했다. 보은인사 논란에 아쉬운 면이 있었다. 향후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시장에게 송부함으로써 의회의 역할은 종료된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협약에 의해 진행된 마지막 청문회다. 2015년부터 시행된 인사청문회는 지방자치법상 의회 권한이 아니었다. 의장과 시장의 협약에 근거를 뒀다. 2014년 임택 (현 동구청장)의원은 시정질문 과정에서 인사청문 시행을 제안했고 윤장현 시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첫 인사청문회는 DJ센터 사장이었다. 공교롭게도 협약에 의한 마지막 청문회가 DJ센터와 관광재단이 통합된 광주관광공사란 점은 흥미롭다.

지방의회 인사청문회가 법제화되는 과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인사권은 단체장 고유권한으로 불가침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에서 수년 동안 건의했고 20대 국회에서만 7건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21대에 5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결국 국회는 지난 3월 21일 지방자치법(이형석의원 대표발의)을 개정했다. 제47조 2(인사청문회)를 신설한 것. 시행일은 22일이다.

지난해 가을 박희율 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인사청문 기관 확대를 주장했다. 그 후 협상단이 구성됐다. 예산 및 정원 규모, 시정의 상징성을 중심으로 줄다리기가 있었다. 그 과정 중 공공기관 통폐합이 진행됐고 지방자치법이 개정됐다. ‘협상, 통폐합, 법 개정’이란 3가지 과정을 거친 결과 6월22일 인사청문 기관을 총 12개로 확대했다. 7월10일 본회의에서 기관 확대를 포함한 내용을 담아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를 의결했다. 채은지 의원 발의로 전국 최초 인사청문 조례다.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는 타 시·도와 비교해서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청문대상 기관이 공사공단 4개, 출연기관 8개로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많다. 의회 요구를 수용해 준 강기정 시장의 통 큰 결단의 결과다. 의회 내 고민도 있다. 인사청문 기관이 많아 검증 기회가 늘어난 반면 의원들의 업무량이 늘어 부실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두 번째 인사청문회 결과로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는 광주가 제일 많다. 지금까지 33회 청문회 중 6명이 중도 사퇴했다. 의회의 날카로운 평가도 있었고 언론의 매서운 공격이 있었다. 동시에 인사권자인 역대 시장의 민주적 리더십도 있었다.

세 번째, 광주시의회 인사청문회는 기본조례 제41조(전문가 위촉)를 잘 활용하고 있다. 국회법에선 사문화되고 있는 조항이다. 전문가로 위촉돼 활동한 자 중 5명이 공공기관 대표로 발탁됐다. 이번 청문대상 김진강 후보도 그 중 한 명이다. 인사청문 전문가가 공공기관 대표로 가는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지방의회 인사청문 과제를 몇 가지 살펴보겠다.

첫째, 인사청문회에 대한 집행부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다.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냐’는 의식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 같다. 지방자치법 제3절은 ‘지방의회의 권한’을 규정하고 있다. 제47조(지방의회의 의결사항), 제47조의 2(인사청문회)를 정하고 있다. 이제는 인사청문회가 법적 권한 범위 내에서 시행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청문대상자 준비부족 또한 문제다. 청문회에선 지원동기를 비롯해 도덕성, 가치관, 공직관, 업무수행능력 등을 따진다. 수차례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청문대상자들은 의회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만약 청문대상자와 집행부의 담당 부서, 해당 기관이 팀플레이를 통해 인사청문회를 준비했다면 좀 더 성과 있는 청문회가 됐을지 모른다.

셋째, 인사청문 결과의 구속력이다. 의회에서 후보자를 부적격 판단하더라도 시장이 임명하면 끝이다.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인사청문회가 요식행위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동의를 구하는 직위와 인사청문회 실시만으로 절차가 종료되는 직위를 각각 구분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 봄직하다.

네 번째, 지방자치법 개정사항이다. 광주시의 별정직 부시장도 인사청문 대상이 돼야 한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주민 참여 방안도 과제로 지적된다. 의회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생중계되고 있지만 주민 참여는 거의 없다. 지방의회 인사청문회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예를 들어 ‘인사청문 주민배심원제도’ 도입을 검토해 볼만 하다.

올 하반기 (재)광주그린카진흥재단, (재)광주문화재단, 광주환경공단 등 3개 기관장 인사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번 청문회는 개정 지방자치법 시행 후 열리는 인사청문회란 의미가 있다. 집행부에서 각 기관 대표 인물을 추천해주기 바란다. 의회에서도 철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면밀한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