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형사업장 추투 전운… 지역경제 긴장 고조
기아 노조, 쟁의 가결 파업권 확보 나서
'정년 연장' 쟁점… 실마리 부재로 난항
금호타이어 조합원도 찬반 투표서 가결
이전 추진속 현 광주공장 설비투자 요구
2023년 09월 11일(월) 17:48
기아 오토랜드 광주 전경.
기아와 금호타이어 등 광주지역에 대형사업장을 두고 있는 기업 노조의 ‘추계 투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잇따른 파업 예고로 지역 경제계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 기본적인 임금 인상안 외에도 협의 내용에 ‘정년 연장’과 ‘공장 이전’ 등 쉽지 않은 현안들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하반기 생산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11일 기아 등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최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2.5%라는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 이날 중앙노동위원회에서 교섭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 파업권을 얻게 됐다.

기아 노조는 12일 쟁의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열고 향후 파업 등 투쟁방침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도 최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79.48%라는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으며 역시 이날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 중지 통보를 내려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노조는 이번 주중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투쟁 방침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기업 모두 파업권을 확보했지만,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기보다는 이를 배수진으로 사측과 계속해서 교섭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아의 경우 12일 교섭을 기점으로 13일부터 14일까지 4시간 부분파업 일정을 예고한 현대차의 행보에 따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대표적으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 등을 공통으로 요구하고 있다. 실적 향상에 따른 임금 인상률도 만만치 않지만, 이번 협상에서 가장 난항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쟁점은 ‘정년 연장’이다.

전반적인 생산인구 감소와 평균연령 증가로 인한 연금 고갈 등으로 고령자 고용과 정년 연장에 대한 논의는 범사회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이를 단일 기업에서 우선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사측 역시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나선 이유다.

특히 산업계의 경우 생산 전동화 전환으로 인한 생산 인력이 줄어들며 정년 연장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시 유휴 인력을 발생 등에 대한 대안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호봉제 등 근무년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임금 제도 개편 역시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수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 기아를 비롯한 완성차 업계는 협상 타결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며 생산 차질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 7월 하루 4시간 부분파업 당시 2000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으며 지난 2016년, 2017년 총파업으로는 각각 14만2000대, 8만900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 영업손실만 각각 3조1000억원, 1조8900만원에 달했다.

금호타이어의 노조의 경우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과 성과급 지급 외 ‘광주공장 설비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현재 광주공장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더블스타가 이를 명분 삼아 인수 당시 약속한 설비투자를 계속 미루고 있다고 주장하며 현 공장에 대한 설비 투자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광주시에서 공장 이전에 대해 조건부로 절차상 협조 의사를 밝히며 전향적인 입장을 드러낸 만큼, 이번 노조의 기존 공장 설비투자 요구는 오히려 공장 이전 추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금호타이어 역시 파업이 진행되면 수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실적 개선에도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물가 상승 등 경제 침체가 여전한 상황에서 수출 등 지역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업장들이 잇따라 파업에 돌입할 시 지역 경제 타격은 당연한 수순이다”며 “사측과 노측 모두가 파업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단체교섭을 원만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기업 노조가 일제히 추계 투쟁에 돌입한 데는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둔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으며 금호타이어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순이익을 올렸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