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아침을 열며·박찬규> 귀촌일기- 배추농사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2023년 09월 06일(수) 15:05
박찬규 센터장
시골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벼농사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추 농사다. 우리나라는 즉석요리가 발달해 있으면서도 각종 젓갈류에서부터 된장, 고추장, 김치 등 발효식품이 식탁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겨울을 지내기 위한 김장은 배추김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가을걷이 후 대부분 가정에서 연례행사로 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시기에 맞춰 배추 모종을 정식하려고 노력한다. 무와 고추 마늘과 함께 김치의 가장 중요한 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시골에서는 누구나 김장용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배추만큼 친숙한 채소도 없다. 시기적으로 지금이 배추 모종을 정식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필자의 경우 배추 모종을 내기 위해 지난달 초 모종포트에 종자를 심어 같은달 말일에 정식을 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귀촌 초기에는 모종을 시장에서 구입해 정식하였지만 시골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하다 보니 지금은 웬만한 종자는 직접 포트작업하여 모종을 심고 있다.

배추밭은 모종심기 20일 전부터 밭갈이를 하고 거름을 뿌린다. 먼저 석회와 붕사를 뿌리고 밭을 갈아엎는다. 그리고 나서 퇴비와 복합비료를 뿌린다. 처음에는 퇴비의 성분을 몰라 우사에서 나온 퇴비를 사용했으나 지금은 돈사에서 나오는 퇴비를 사용한다. 우사의 퇴비는 소가 되새김으로 소화해 사료의 영양분을 거의 흡수하기 때문에 퇴비의 영양분이 돈사 퇴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농사일하면서 배우게 됐다.

배추 농사도 일반 작물처럼 풀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밭갈이 후에 비닐을 씌우는 작업을 한다. 올해는 예년 같지 않아 비가 많이 온 탓에 밭이 질어 비닐 씌우는 작업을 제때 못하고 있다. 비닐을 씌우고 정식하기까지 작년보다 5일 정도 늦어질 것 같다. 정식이 늦어져 큰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날씨 때문에 시기를 놓쳐 아쉬움이 있다. 배추는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기 때문에 정식한 후에는 날씨 걱정은 덜 한다. 9월과 10월이 우리나라에서 배추가 자라기 가장 좋은 날씨기 때문이다. 그래도 배추는 수분이 부족하면 성장이 더디기 때문에 다른 작물보다는 물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텃밭에 식구들 먹을 양만큼 재배할 경우에는 큰 걱정이 안 되지만 대량으로 재배할 경우에는 병해충에 대해서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병해충의 피해로는 달팽이, 진딧물, 파방나방, 벼룩잎벌레나 무름병, 노균병, 검은무늬병 등이 있다. 병해충이 발생하게 되면 방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연작을 피하고 병에 걸린 포기가 발생하면 즉시 뽑아내어 2차 감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뿌리혹병이나 벼룩잎벌레의 피해가 발생했던 토양은 해당 병해충의 방제 약제도 함께 처리해줘야 효과적이다.

배추는 정식 후 70여일이 지나면 수확이 가능하며 수확시기는 품종 환경 영양상태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확기가 너무 늦어지면 배추의 잎맥이 두꺼워지면서 겉잎이 누렇게 변화하는 등 상품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적기에 수확하는 것이 좋다. 가을배추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겉잎이 얼기 시작하는데 한 번 얼었던 것은 바로 수확하지 말고 그대로 밭에 두어 기온이 오르기를 기다린 후 겉잎이 회복된 다음에 수확한다.

배추 농사는 다른 작물에 비해서 짧은 기간에 수확이 가능해 농부들이 선호하는 작물이지만 물관리와 병해충 방제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우리 밥상에 한 끼도 거르지 않고 올라오는 김치는 배추를 주재료로 절임을 가장 잘 활용한 우리 민족 고유의 식품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해남은 직접 재배한 배추로 절임하여 판매하고 있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배추가 지역의 특산품으로 자리잡고 있어 농가 소득원으로 배추농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