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허벅지 돌 찍기’ 뒤엔 가스라이팅범 있었다
여수 졸음쉼터 사망 사건
상호폭행… 1명 사망·1명 중태
경찰, 숨겨진 진범 극적 검거
없는 가상 빚으로 폭행 유도
상호폭행… 1명 사망·1명 중태
경찰, 숨겨진 진범 극적 검거
없는 가상 빚으로 폭행 유도
2023년 08월 28일(월) 18:30 |
![]() 여수경찰 전경. |
28일 여수경찰은 살인 및 중감금치상 혐의로 구속한 진범 A(31)씨를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수억원대 가상의 빚을 만들어내 B(31)씨와 C(30)씨를 가스라이팅 했다. 또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서로를 폭행하게 하는 등 엽기적인 범행을 강요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사람의 인연은 몇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4년 전 A씨는 지인 관계인 B씨와 C씨가 민사소송 등 개인적인 문제로 고민할 때 법률 정보 제공했지만, 이를 빌미로 수억원대 가상의 빚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몇년간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을 해온 A씨는 그 과정에서 수시로 두사람에게 폭행을 가했고 B씨와 C씨는 심리까지 완전히 지배당했다.
이에 A씨는 지난 6월부터, B씨와 C씨를 차량에서 생활하도록 지시한 뒤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야구방망이, 철근 등으로 피해자를 폭행하거나 서로 폭행토록 했다.
결국 이런 엽기적인 상호폭행 탓에 한달여가 지난 7월 29일 오후 11시 40분께 여수시 엑스포대로 고속도로 졸음쉼터에 주차된 SUV 차량 내에서 B씨가 사망했고 C씨는 자동차 운전석에서 나와 주차면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출동했고 B씨의 사망원인은 폭행 부위 피부 괴사에 의한 패혈증이었다. C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마찬가지로 패혈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당시 상대방이 잠이 들면 뺨이나 주먹으로 얼굴을 때려도 된다는 ‘피해 승락 확인서’를 작성하고 차에서 동거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두사람만의 단독 범행으로 보지 않았던 것은 B씨와 C씨에게서 발견된 피부 괴사 흔적이 한달보다 훨씬 이전의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에 차량용 블랙박스, 주변 폐쇄회로(CC)TV 녹화 영상, 통화 내용 등을 추적했고 결국 숨겨져 있던 A씨를 특정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와 C씨가 작성했다는 ‘피해 승락 확인서’ 역시 A씨가 미리 강요·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씨의 강압, 정서적 지배 행위로 B씨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가담한 C씨 역시 피해자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파악해 신병 처리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여수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상처를 확인했을 때 등과 엉덩이 쪽에 욕창이 있었다. 단기간에 생긴 상처로 보기 힘들었다”며 “또 피해자들의 메모장을 보면 ‘채무 관련 분쟁 때문에 폭행했다’는 등 진술을 지시한 메모가 적혀있었다. 제3자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고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의자의 계좌에 대한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또 다른 피해자나 여죄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면밀히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