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상황 대피 이렇게”… 6년만의 민방위 훈련
●전국 동시 민방위 훈련
오후 2시 공습 경보에 시민 대피
전일빌딩 등 580개소 동시 진행
경찰·소방, 주요 도로 일부 통제
일부 시민 훈련 사실 몰라 ‘당황’
2023년 08월 23일(수) 18:15
민방위 훈련이 23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앞에서 재개된 가운데 금남로 4가역 만남의 광장 대피소에서 훈련을 마친 군 관계자가 교육을 위해 복귀하고 있다.
23일 오후 2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앞 거리에서 정부가 주관한 공습 대비 민방위 훈련이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진행된 가운데 경찰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
“훈련에 협조 바랍니다. 지금 지나가시면 안됩니다”

23일 대한민국 전역에 오후 2시가 되면서 비상 경보가 울렸다. 길거리에는 위기상황을 알리는 방송이 울려퍼지고 길을 걷던 시민들과 자동차는 움직임을 멈추고 지시에 따랐다. 6년만에 재개된 민방위 훈련의 모습이었다.

경보가 울려 퍼지던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 앞 거리.

민방위 공습경보를 알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횡단보도 신호등 불빛이 꺼지고 경찰과 군인 등 관계기관 공무원들이 차량과 시민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노란색 점퍼를 입은 공무원들은 경광봉을 들고 “훈련에 협조 바랍니다. 지금 지나가시면 안됩니다”라며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민들에게 민방위 훈련(민방공 훈련)을 안내 했다.

일부 시민들은 갑자기 울린 사이렌 소리에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실시한 훈련은 정부가 주관한 공습 대비에 따른 것으로, 지난 2017년 이후 6년 만에 진행됐다. 미사일 공격으로 남광주시장에 화재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다.

경찰은 전일빌딩 앞 금남로 4가역 인근 도로에 순찰차를 세워 4차선 중 한쪽차선을 통제했다. 사무실 등이 밀집돼 유동인구 등 차량 통행이 많았던 이곳이 수 분간 정지된 듯했다. 차량 수십 대가 줄을 이어 신호가 돌아오길 기다렸고, 횡단보도 신호등이 켜지길 기다리는 시민도 점점 늘어났다.

일부 운전자는 차량 시동을 끈 채 라디오를 듣는가 하면, 정차 중이던 한 시내버스 운전자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무슨 일 났어?”라며 묻기도 했다. 상황을 모르는 후미 차량들은 4~5분이 지나자 경적을 울리며 재촉하기도 했다.

이내 4차선 도로가 완전히 통제되고 소방차 5대와 지도차량 2대가 거리를 지나갔다. 곧바로 주민대피 훈련이 이어지자 시민 150여명은 공무원들의 안내에 따라 금남로 4가역 내 만남의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전일빌딩 내부에서도 훈련은 이어졌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중요성이 널리 알려진 심폐소생술(CPR) 교육이 진행됐다. 동부소방 소속 소방관이 먼저 마네킹 가슴 위에 양 손을 포개 수차례 CPR시범을 보이자 시민들이 뒤이어 동작을 따라했다.

훈련에 참가한 시민 김모씨는 “군 복무 시절 CPR 교육을 받았는데, 전역한지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나지 않았다”며 “다시 세부적으로 배워보는 것도 좋고 민방위 훈련도 안 하는 것 보다 매뉴얼대로 이렇게 해보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충호(46)씨는 “경계경보가 울리니 당장 어디로 가야되는지 몰랐다”며 “이번 계기를 통해 집 주변 민방위 대피소를 알아보고 직접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훈련은 공습 상황에 대비한 주민대피 요령 숙달을 중점에 두고 이뤄졌다.

광주지역 민방위 대피시설은 광장을 포함해 580개가 지정됐다. 가까운 민방위 대피소 위치는 ‘안전디딤돌’앱과 ‘국민재난안전포털’ 등에서 알 수 있다.

실제 상황과 유사한 분위기를 조성해 대부분 시민들이 호평했지만 일부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횡단보도에서 통제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훈련이 있는지 몰랐다. 더운 날씨에 비까지 내려 습한데 5분간 아무것도 못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한편 이날 훈련은 자치구별로 5개 구간에서 훈련 공습 경보 발령과 동시에 15분간 도로 중 일부 구간이 통제됐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