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정훈탁> 2028 대입제도 및 수능체제 개편에 대한 제안
정훈탁 광주시교육청 진로진학과 진학팀 장학관
2023년 08월 20일(일) 14:11
정훈탁 장학관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으로 이를 반영한 2028 대입제도 및 수능체제 개편안은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 2월까지 확정되어야 하므로, 조만간 개편 시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개편 시안 발표를 위해 교사·학생·학부모·대학관계자 등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전문가 포럼이 진행되고 있지만,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희망적이지 못하다. ‘기존 수능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자사고, 외고, 국제고를 유지하며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도입하겠다’ 등 우리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울러 고교 유형 다양화를 위해 2025년 일반고 전환 예정인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하는 것, 2025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성적 산출방식을 1학년 공통과목은 9등급제 상대평가, 2·3학년 선택과목은 절대평가인 5단계 성취도 평가를 도입하는 것 등 지금까지 확정된 것들도 힘듦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래교육은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실력이 존중받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꿈은 모두 소중하고,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현행 수능체제는 학생들의 다양성을 무시한 채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정량적 수치로만 합격과 불합격을 재단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다양한 실력과 꿈이 실현될 수 있는 대입제도로 개편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고,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이에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학생들의 다양한 실력을 존중하는 대입제도 및 수능체제 개편 방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고교학점제 도입과 학생 선택 중심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교육과정과 연계된 수능체제로 개편할 것을 제안하다.

학생들의 교육과정 선택권이 보장되고, 자신이 원하는 학교생활을 한 결과를 가지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해서, 자신을 더욱 발전시켜 자아실현을 하고, 대한민국의 인재가 되는 것. 이것이 바람직한 진학이고 진로이다. 광주교육은 ‘다양한 실력이 미래다’는 슬로건 아래 다양성을 품은 광주학생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교육과정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그런데 현행 수능은 학교 교육과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학교는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어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이것이 수능시험 과목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내신 따로, 학생부 따로, 수능 따로 준비해야 하는 삼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자신이 응시하지 않는 과목의 수업을 듣지 않는다.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뭐라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교실 수업은 교사와 학생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선택 중심 고교 교육과정이 제대로 반영되어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이 수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수능체제를 개편할 것을 제안한다.

둘째, 수능시험 전체 영역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수능위주 정시전형은 표준점수 1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가혹한 입시이다. 단언컨대, 1점 차이로 학생들의 우수성을 평가할 수는 없다. 교육학적 관점에서도 이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평가, 과목이수현황과 성취도, 교과세부능력 등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점수 1점으로 줄을 세워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의 삶이 녹아 있는 학교생활이 배제된 문제풀이 기술자를 양산할 뿐이다. 오죽하면 상위권 변별을 위해 교사도 풀기 어려운 킬러문항, 준킬러문항을 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수능점수 유불리에 따라 자연계열 학생이 인문사회계열로 교차지원하는 ‘이과생의 문과침공’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현행 수능 표준점수 제도는 학생들의 다양한 실력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따라서 현재 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한문 영역에 도입하고 있는 절대평가를 수능 전체 영역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굳이 최상위권 학생을 위한 변별이 필요하다면 희망하는 학생들만 선택하여 실시하는 서·논술형 수능시험 실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셋째, 고교 내신 전체 절대평가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고교 서열화 폐지를 제안한다.

내신 절대평가는 찬성한다. 성취기준에 도달 정도를 준거에 따라 절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적 성장과 발전에 보다 적합하다. 하지만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일반고 학생들은 불리해진다. 우리 광주는 단일학군으로 학생 중심 평준화 일반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없다. 그래도 대학 진학률은 매우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고교 서열화를 폐지할 것을 제안한다.

넷째, 현행 복잡한 대입전형을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는 전형으로 간소화할 것을 제안한다.

고교학점제 도입과 미래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수능성적 중심 선발보다는 다양한 학교생활을 통해 진로를 설계하는 역량 중심 선발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시모집 학생부 중심 전형 확대가 필요하다. 수시모집은 학생부가 중심이 되는 교과전형, 종합전형으로 간소화하고, 정시모집은 수능위주 전형으로 실시해야 한다. 대학별고사인 면접은 학생부 중심 교과활동 평가를 중심으로 하고, 심화형 문제풀이는 지양해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가혹한 입시 고통에서 벗어나 다양한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대입전형을 간소화할 것을 제안한다.

진학교육은 소수를 위한 특권교육이 아니다. 성적으로 대입 결과를 따지는 교육이 아니다. 성적 좋은 학생들의 스카이, 의치약 진학을 위한 낙타 바늘구멍 통과하기 교육이 아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이 진학교육이다.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상급학교의 길을 찾아주는 것이 진학교육이다. 수능성적으로 줄을 세워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기보다는 학생들의 삶의 과정, 학교생활의 과정을 더 많이 살펴주면 좋겠다. 우리 지역의 인재들이 우리 지역에 진학하고 우리 지역에 취업해서 우리 지역에 정주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면 좋겠다.

진학교육은 무조건 빨리가는 고속철도 교육이 아니다. 임길택 시인의 ‘완행버스’라는 시에 나오는 표현처럼, 길 가기 힘든 이들 모두 태우고 언덕길 함께 오르는 완행버스 교육이 될 수 있도록, 2028 대입제도 및 수능체제 개편이 이루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