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니 손해”… 혼인신고 미루는 신혼부부들
광주·전남 혼인신고 하락세 지속
정부 주택마련 지원정책 등 불리
부부 합산 소득기준 상향 등 필요
“혼인·출산 유도 위한 정책 확대를”
2023년 08월 13일(일) 18:27
광주·전남 지역의 최근 5년간 혼인신고 추이. 최홍은 편집디자인
무주택자였던 A(33·여)씨는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돌아가신 시아버지의 집을 상속받은 남편과 지난해 말 혼인신고를 하면서 무주택자 자격이 박탈된 것이다. 남편의 집에는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살고있어 처분할 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유주택자와 혼인관계라는 이유로, 알아보던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등 각종 정책자금 상품에 지원할 수 없게되자 울며 겨자먹기로 금리가 더 높은 일반 금융권의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A씨처럼 혼인신고 이후 각종 주택정책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례가 늘면서 불리해지자 혼인신고를 미루는 부부들이 늘고 있다. 주택청약이나 전세자금대출에서 법적 부부에 대한 혜택이나 자격조건이 미혼일 때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혼인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전남의 지난 5년간 혼인 건수는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광주는 △2018년 6632건 △2019년 6297건 △2020년 5560건 △2021년 4901건 △2022년 4902건으로 5년 사이 1700여건이 줄었으며, 전남은 △2018년 7587건 △2019년 7413건 △2020년 6365건 △2021년 6201건 △2022년 6181건으로 1400여건이 감소했다.

실제 혼인을 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결혼식을 올리거나 사실혼 관계임에도 일부러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사례도 상당하다.

무주택자가 유주택자와 혼인관계가 되면 무주택 관련 정책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이른바 ‘결혼 페널티’다. 때문에 결혼을 했더라도 법적으로 미혼 신분을 유지한 채 정부의 무주택자 우대 대출에 따른 금리 인하 등의 혜택을 누리다가 아이 출산 등 혼인신고가 필요한 시기에 혼인신고를 하겠다는 것이 신혼부부들의 생각이다.

특히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원하는 정책 중 하나로, 대출금리가 연 2.15% ~ 3.00% 수준에 불과해 많은 신혼부부들이 찾는 정책이다. 지원자격은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이며 생애최초 구입이거나 2자녀 이상 또는 신혼부부일 경우에는 연소득 기준이 7000만원 이하다. 무주택 개인과 신혼부부 합산 연소득 차이가 1000만원밖에 나지 않는 것도 혼인신고를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예비부부 둘 다 주택소유 이력이 없다는 가정 하에 예비신부의 연소득이 3500만원이고, 예비신랑의 연소득이 4000만원일 경우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다면 ‘생애최초 주택 구입’ 대상이 돼 두 사람 모두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 혼인관계라면 둘 다 무주택이라 할지라도 합산 연소득이 7500만원이어서 지원받을 수 없게 된다.

주택도시기금 ‘청년 전용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의 신혼가구 합산 소득 요건은 6000만원으로 청년 1인 가구(5000만원)와 별반 차이가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직장인들의 세전 평균 연봉은 4024만원으로 대한민국 평균인 두 사람이 부부가 되면 버팀목 대축의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밖에도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청약제도가 있으나 합산 소득기준이 대체로 낮은 편이라 자격이 안돼 아예 혼인신고를 포기하고 일반청약에 무주택 청년 자격으로 신청하는 사례도 대다수다.

이같은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와 여당은 결혼 후 가구 소득이 늘어난 맞벌이 신혼부부들이 저금리 대출 혜택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청년정책네트워크 특별위원회는 지난 11일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을 최대 1억원까지 늘리고 혼인신고를 하더라도 부부가 모두 주택 청약을 넣을 수 있도록 제도도 개편하기로 방침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지원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김동기 광주대 부동산학과 특임교수는 “소득이 합산돼 대출기준 등에서 불리한 여건에 놓여진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공급정책 등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며 “신혼부부 대출규제를 완화시키고 특별공급량을 늘려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향후 자녀가구에 대한 혜택까지 늘려 출산까지 유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