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FC>“훈련장 물 좀 뿌려주세요…” 광주FC 선수의 호소
광주축구센터 배수 불량에 진흙밭
월드컵경기장 잔디 익을까 못 뿌려
지난 4일 대전 홈경기 승리 후에
정호연 수훈선수 인터뷰서 직격
“열악한 훈련 여건 市 도움 절실”
월드컵경기장 잔디 익을까 못 뿌려
지난 4일 대전 홈경기 승리 후에
정호연 수훈선수 인터뷰서 직격
“열악한 훈련 여건 市 도움 절실”
2023년 08월 08일(화) 16:23 |
8일 오전 광주FC의 훈련장으로 조성된 광주축구센터의 상태.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진흙이 되고 잔디가 대부분 손상돼 있는 상황이다. 한규빈 기자 |
광주FC는 지난 4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하나원큐 K리그1 2023 25라운드 홈경기에서 3-0으로 대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광주는 10승 7무 8패(승점 37)를 기록하며 5위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열악한 훈련 환경에 대해 토로하고 나섰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방송 인터뷰에 나선 정호연이 먼저 작심 발언을 했다.
정호연은 “(훈련할 수 있는) 운동장이 많이 열악하다. 운동할 때 물 없이 그라운드가 말라 있는 상태에서 하다 보니 부상 위험이 있다”며 “운동장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열악한 조건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주신다면 광주라는 팀이 더 발전하고 더 높은 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도 정호연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AFC 챔피언스리그를 나가게 돼도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 선수들을 더 성장시키고 싶은데 훈련 환경이 안돼 많이 아쉽다. 우리 훈련 환경이 대회에 나가게 돼도 걱정이다.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8일 오전 광주FC의 훈련장으로 조성된 광주축구센터의 상태.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진흙이 되고 잔디가 대부분 손상돼 있는 상황이다. 한규빈 기자 |
광주축구센터는 광주FC의 주훈련장이지만 배수 불량 등 하자로 장마철에는 사실상 사용이 불가능하다. 본보가 8일 오전 현장을 찾았으나 지난 7일 8.4㎜의 강수량(광주 유인 관측소 기준)을 기록한 소나기에도 물이 빠지지 않아 진흙처럼 질척거리고 악취가 나는 상태였고, 잔디가 크게 손상돼 사용이 어려운 모습이었다.
광주축구전용구장의 경우 사용이 제한돼 있다. 경기장 관리 주체인 광주시체육회는 전용구장 대관을 경기 당일과 사전 훈련 등 홈경기가 있는 주에 한해 2회씩 허용하고 있어 훈련은 사실상 월 2회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시가 대안으로 호남대학교 천연잔디구장을 제시했지만 선수단 컨디션 문제로 비좁은 클럽하우스 복도에서 실내 훈련하는 실정이다.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호남대까지의 거리는 약 14㎞로 편도 이동에만 30분 이상이 걸리고, 훈련을 마치는 오후 6시에는 이동 시간이 두 배 이상 증가해 사용을 포기했다.
8일 오전 광주FC의 훈련장으로 조성된 광주축구센터의 상태. 배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진흙이 되고 잔디가 대부분 손상돼 있는 상황이다. 한규빈 기자 |
광주시체육회는 잔디 훼손을 이유로 광주FC 선수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광주시체육회 관계자는 “물을 뿌리는 것은 우리 담당자가 조정을 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광주FC에서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줄 수가 없다”며 “장마로 폭우가 쏟아지고 해가 난 상태에서 물이 빠질 시간이 있어야 하는데 또 뿌릴 수는 없다. 그러면 다 망가져버린다. 물을 뿌리면 잔디가 망가지고 생육에도 막대한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못 뿌린 것이다”고 해명했다.
비슷한 환경의 전남드래곤즈와 FC목포 등은 광주와는 달리 잔디 훼손 보다는 선수 보호를 우선시하며 훈련 30분에서 1시간 전 소량의 물을 분사하고 있다.
양 팀 관계자는 “폭염에 물을 뿌리면 끓어오르면서 잔디가 타거나 끓여지는 것은 맞지만 선수단 보호가 최우선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물을 뿌리고, 망가진 잔디는 빠르게 복구 작업을 한다”면서도 “잔디 보호를 이유로 훈련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물을 뿌리지 못하게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