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이돈삼의 마을이야기> 원불교의 태자리… ‘절경’ 백수해안도로 출발지
●영광 길용마을
박중빈 대종사가 나고 자란 곳
사후 아닌 현재 건강한 삶 목표
간척 논을 만들어 자립에 온 힘
원불교 역사·초기 모습 한눈에
멋스러운 칠산바다 기암절벽
해질무렵에 만나는 노을 황홀
박중빈 대종사가 나고 자란 곳
사후 아닌 현재 건강한 삶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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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무렵에 만나는 노을 황홀
2023년 08월 03일(목) 15:16 |
대각터에 세워진 일원상. 세상의 모든 진리가 하나로 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길용마을로 가는 길. 줄지어 선 나무가 숲터널을 이루고 있다. |
선입견일까?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둥그렇다. 산도, 들도, 바다도 모난 곳이 없다. 밭이랑도 부드럽게 구부러져 있다. 감, 콩이 동그랗고 고추, 가지도 매한가지다. 어쩌다 마주친 교무(敎務)의 얼굴도 일원상처럼 둥글둥글하다. 교무는 원불교의 성직자를 일컫는다. 마을 주민들의 얼굴과 표정까지도 환하고 밝다.
박중빈 대종사가 얘기한 ‘부처님’들이다. 박중빈은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부처’라고 했다. 모든 사물도, 누구라도 같은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때와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는 참선을 얘기했다.
원불교는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하지만 불교의 오랜 관습을 반대한다. 출가한 수행자 중심이 아닌, 신도 중심을 외쳤다. 사후 세계가 아닌, 현세의 건강한 삶을 목표로 내세웠다. 낮에는 일상생활을 하고, 밤에 수도하는 생활 속 종교다.
영산성지로 통하는 길용리는 영광군 백수읍에 속한다. 크고작은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산이 많은 지역이다. 상대적으로 논밭이 적다. 예부터 ‘쌀 세 가마니 먹고 시집 간 처자가 없었다’는 곳이다. 환경은 열악했고, 주민들은 가난했다. 산에서 한 땔감을 갖고 법성포에 가서 팔고, 생필품을 샀다.
소태산 박중빈(1891∼1943)은 1891년 5월 5일 길용리 영촌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린 시절은 범상치 않았다. 아니 별났다. 전해지는 이야기도 동화 같다. 박중빈은 산속에서 자주 기도를 했다. 15살에 혼인을 했다. 여전히 도사를 만나겠다며 세상을 떠돌았다. 가족의 생계는 관심 밖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박중빈은 ‘폐인’이었다. 얼굴엔 병색이 완연했다. 기도한다고 몇날 며칠 밤을 지새기도 했다. 하루종일 멍-을 때리며 서 있는 일도 다반사였다. 깨달음과 구도의 과정이었다.
‘만유(萬有)가 한 체성(體性)이며, 만법(萬法)이 한 근원이로다. 이 가운데 생멸 없는 도(道)와 인과 보응되는 이치가 서로 바탕하여 한 두렷한 기틀을 지었도다.’ 박중빈이 몰아의 경지를 넘나들며 터득한 큰 깨달음이다. 1916년 4월 28일, 원기(圓紀) 원년 음력 3월 26일이었다.
박중빈은 자신의 깨달음이 부처의 행적과 가르침에 서로 통한다고 봤다. 불법을 근간으로 새 세상을 열 것임을 밝혔다. 박중빈은 1918년 제자 9명, 신도 40명과 함께 대규모 간척사업에 나섰다. 일하고 공부하는 ‘불법시생활(佛法是生活), 생활시불법(生活是佛法)’의 생활을 시작한다. 영혼에 치우친 종교의 편향이나 육신의 안일을 찾는 세속의 삶을 떠나 몸과 마음의 합일을 지향하는, 영육쌍전(靈肉雙全)의 생활종교다.
박중빈 대종사의 생가. 원불교의 성보 제1호로 지정돼 있다. |
구간도실 터. 박중빈 대종사가 9명의 제자와 함께 마련한 첫 수련의 집 자리다. |
박중빈이 선 채로 경지에 들었다는 선진포 입정 터, 큰 깨침을 얻은 노루목 대각 터도 있다. 박중빈이 일원의 진리를 깨치며 새 세상을 여는, 대각(大覺)을 얻은 곳이다. 여기에 옥녀봉에 새겨진 법신불 일원상과 ‘만고일월(萬古日月)’이 새겨진 대각비가 세워져 있다. 원불교의 야외법당인 셈이다. 성지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
대각터에 세워져 있는 대각비. ‘만고일월(萬古日月)’이 새겨져 있다. |
원불교의 역사와 초기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창립관, 원불교 성직자를 양성하는 영산선학대학교, 대안학교인 성지고등학교도 마을에 있다. 검소하면서도 소박한 원불교 특유의 문화를 느낄 수 있다.
백수해안도로에서 만나는 괭이갈매기 조형물. 스카이워크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
도로변에 새로운 볼거리도 많이 들어서 있다. 칠산바다를 상징하는 괭이갈매기 조형물이 눈길을 끈다. 바다 위로 놓인 투명한 유리 위를 걷는 스카이워크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단골손님’ ‘바다가 육지라면’을 부른 가수 조미미의 노래비도 있다. 해질 무렵 만나는 황홀한 노을은 덤이다.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