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후환경 이야기·임낙평> 기후 위기를 이기려면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전의장
2023년 07월 31일(월) 15:09
임낙평 전 의장
폭우를 동반한 장마가 물러가고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산사태와 침수로 인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헤아릴 수 없다. 그런 사이 세계 각처의 기상재난 뉴스도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지금도 섭씨 40℃ 넘나드는 폭염이 모든 대륙의 이곳저곳을 강타하고, 극심한 가뭄과 산불, 그리고 홍수도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인류의 보금자리 지구가 평형을 잃은 듯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가 극단적 기상이변이나 재난의 주된 요인이라고 한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금년 7~8월이 인류 역사상 가장 무더운 달이라며, 아마도 2023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무더운 해가 될 것이고 내다보고 있다. 7월 초, 엘니뇨가 시작되어 금년 말까지 지구촌은 극심한 기상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고, 내년까지도 그 영향이 지대한 것이고 보고 있다. WMO는 세계 각국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대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극심한 기상재난이 해마다 반복되고 강도가 심해지고 있다. 위기적인 상황이 악화일로다. 상황의 악화를 인류는 지켜봐야만 하는가? 인류는 기후재난 나아가 기후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위기의 해법은 있다. 인류사회가 2015년 만장일치로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이 있고, 이 협정을 모든 국가와 시민들이 이행하면 된다.

파리협정은 지구대기를 안정화시켜가기 위해 ‘금세기말까지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1.5℃ 이내로 기온상승을 억제할 것’을 규정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2050 탄소중립’으로 가야하고, 그 중간인 ‘2030 50% 온실가스 감축’을 성취해야 한다. 1.5℃ 길을 가면 위기적 상황은 완화된다. 1.5℃ 초과하게 되면, 즉 온실가스 배출이 억제되지 않으면 위기를 넘어 재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를 이겨내고자 하는 파리협정의 약속, 1.5℃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모든 국가의 실로 야심찬 노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기후과학과 정책을 연구하는 기후분석(Climate Analytics)이라는 국제연구기관은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폭적인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의 시급성을 주창하고 있다.

보고서에 의하면, 우선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매년 1.5Tw(테라와트, 1Tw = 1,000Gw, 1Gw = 1,000Mw = 100만Kw, 영광원전 1기 용량)설치해야 하고, 10Tw 용량을 가져야 한다. 2022년 현재 태양광과 풍력 2Tw 용량을 5배로 확충해야 한다. 2030년까지 화석에너지 수요를 40%로 떨어뜨리고 특히 석탄은 79% 줄여야 한다. 전력의 70%를 태양, 바람 등 재생에너지로 공급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2030년 50%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진다. 지금부터 매년 8%의 감축 실적을 가져야 한다. 파리협정을 제대로 이행하자는 것이다.

보고서의 내용은 실로 야심차다. 2022년, 세계는 신규 태양광과 풍력으로 300Gw 설치했다. 이를 매년 5배인 1.5Tw(1,500Gw)로 확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재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공급의 추이를 고려하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이 2050년 100% 재생에너지(RE100)의 길이기도 하다. ‘화석에너지의 퇴출 없이 1.5℃ 길은 갈 수 없다’며. ‘그것은 위기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사형선고와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수년 전부터 석탄 퇴출을 주장하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참가국, 즉 선진국들은 2030년, 개도국들은 2040년 석탄 퇴출을 약속할 것’을 압박해 왔다. 석유와 가스에 대해서도 2040년 전후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선진국 중에서도 에너지 전환이 더디고, 재생에너지 도입도 하위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도 파리협정 이행과 1.5℃ 길을 이미 약속했었다. RE100 혹은 탄소중립이란 말이 우리사회에서도 자연스런 말이지 않는가? 국제사회에서 우리만 못 가겠다고 할 수도 없다. 기후재난, 기후위기를 이기려면 우리도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재생에너지 전성시대를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