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밥상 위를 덮친 기후변화
김은지 전남취재부 기자
2023년 07월 25일(화) 15:57 |
김은지 기자 |
지난 3월에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약 3도 이상 올라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4월에는 초여름 날씨가 온데간데없이 영하로 뚝 떨어져 사람도 꽃도 어리둥절한 한 달을 보냈다. 광주·전남에는 역대급 가뭄이 찾아와 일부 섬지역에서는 극한의 제한 급수가 이뤄졌으며 매일같이 절수 캠페인이 이어졌다.
5월엔 어땠을까. 난데없는 폭우로 곳곳이 침수돼 갓 수확을 앞둔 양파, 마늘밭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과수 농가에선 꿀벌 폐사의 후폭풍으로 수분을 진행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말 조금 일찍 시작된 장마는 농민들이 손수 가꾼 논과 밭을 쑥대밭을 만드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생명까지 앗아갔다.
이상기후가 하루하루를 집어삼키면서 이제는 밥상도 마음 먹은대로 차리기 어려워졌다.
매일같이 치솟고 있는 농작물 가격은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 사태에 폭등한 비료나 인건비 탓도 있지만 사실 이상기후가 더 크다.
어쩌면 큰 일교차와 강수에 무르거나, 농약조차 들지 않는 병충해에 간신히 살아남아 매대로 오른 몇 안 되는 과일과 채소의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이상 저온·고온, 폭염, 한파, 집중호우 등의 상시화로 농가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땜질 처방에 급급한 정부는 뒷북치기 대책을 내놓기 일쑤다.
매년 발생 빈도가 갈수록 잦아지고 피해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전과 같은 대응으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피해 복구를 위한 일손이 급한 것도 사실이지만, 재발 방지와 내재해성이 강한 품종 보급 확대가 시급하다는 것이 농민들의 의견이다.
또 매년 반복되는 피해로부터 농가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농작물재해보험 강화가 최우선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들을 시급히 보완하고 보장 범위와 대상을 빠르게 확대해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
이제 ‘기상이변’은 더 이상 이변이 아닌 ‘일상’이다.
죽은 뒤에야 처방을 내놓는 ‘사후약방문’보다는 이제 기후변화에 정밀한 ‘사전 대응’ 매뉴얼을 갖추는 데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