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카나리아와 아편전쟁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2023년 07월 23일(일) 14:14 |
![]() 김선욱 부국장 |
지난 1995년 3월, 세계를 놀라게 한 일본 옴진리교에 의한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에도 카나리아가 등장한다. 경찰이 사린가스를 제조한 것으로 의심받은 옴진리교 본부를 수색할 때 카나리아를 데리고 갔다.
지난 7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워싱턴에서 화상으로 주재한 ‘합성 마약 위협 대응을 위한 글로벌 연합’(84개국) 장관급 회의에서 펜타닐(아편계열 약물)을 ‘탄광 속 카나리아’로 비유하며 전세계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해 11만 명에 가까운 미국인이 약물 과복용으로 사망했다”면서 “3분의 2는 합성 오피오이드(펜타닐)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은 18~49세 미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미국에서 펜타닐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2016년 10만명 당 5.7명에서 2021년 21.6명으로 약 5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사회의 심각한 위험 요소인 펜타닐 원료의 주요 생산국은 중국이다. 그런데 중국은 아편 전쟁이란 아픈 역사를 갖고있다. 18세기 말, 영국 동인도 회사는 대중 무역적자를 만회하려 중국(청나라)에 아편을 팔았는데, 이를 문제삼자 영국이 전쟁을 일으킨 것. 청나라는 아편으로 사회빈곤, 국민 피폐로 이어지며 몰락했다. 그런 중국이 이제는 미국 등 해외로 밀반입되는 아편의 원료 생산지가 됐다. 중국내 펜타닐 원료 생산업체들은 막대한 이윤을 내고있다고 한다. 21세기 ‘중국발 아편 전쟁’인 셈이다. 역사는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