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갈증 대면전시, 관람객 발길 이끌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폐막
79명 340여 작품… 49만명 방문
최근 10년간 관람객 중 가장 많아
외부전시장·시민 참여 유입 효과
박서보예술상 1회만에 폐지 잡음
“내년 설립 30주년… 변형 필요”
2023년 07월 09일(일) 18:18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지난 8일 광주비엔날레에서 작품 해설사의 안내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나건호 기자
94일간 쉼 없이 달려온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일 막을 내렸다. 48만9000여 명이 방문해 최근 10년간 광주비엔날레 관람객 중 가장 많다. 코로나19 이후 대면전시가 정상화되고 가장 많은 외부 전시장과 여러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관람객 유입 효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로 이숙경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세계 31개국 43개 도시에서 원로, 신진, 여성, 원주민 출신의 작가 79명이 참여해 340여 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유약하지만 오랜 기간 천천히 스며들어 변화를 끌어내는 물의 강함에서 ‘오월정신’을 차용해 광주의 정체성을 다졌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기후위기, 디아스포라, 원주민의 독립, 전쟁 등 사회적 문제를 광주정신에 입각해 담론화했다는 점에서 ‘선한 전시’를 선보였다는 평을 받는다. 무엇보다 광주 곳곳에 역대 최대 규모로 외부 전시장을 마련해 지역과의 밀착력을 높였다.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지역의 크고 작은 미술관과 협업해 국가별 부록전시 파빌리온 9곳과 외부전시 공간 4곳을 마련, 광주 전역을 예술로 연결했다. 또 ‘2일권’ 개발, 스탬프 투어, 셔틀버스 운행, 체험 행사 및 창작워크숍 등을 통해 시민 소통에 주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면전시가 정상화된 만큼 전시 기간을 기존 66일에서 94일간 대폭 확대하면서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8일 기준 48만9625명이 방문했으며 이는 △2014년 제10회 34만6449명 △2016년 제11회 40만8085명 △2018년 제12회 32만57명 △2021년 제13회 8만6022명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다.

전시 참여자들의 희소식도 이어졌다. 이숙경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맨체스터 대학의 휘트워스 미술관장으로 선임됐다. 일본 참여작가 모리 유코는 내년에 열리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선정됐으며 이숙경 예술감독 또한 일본관 큐레이터로 임명됐다. ‘해바라기 공성 전차’ 영상작업을 선보인 참여작가 스카이 호핀카는 아트바젤이 매년 2명의 현대미술가에게 수여하는 발루아즈 예술상을 수상했다.

비엔날레를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광주시가 제작한 광주비엔날레 홍보영상은 시작부터 잡음을 만들었다. 언어유희로 비엔날레를 비엔나소시지에 비유한 묘사가 격을 떨어트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대 이슈는 ‘박서보 예술상’이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박서보 화백의 100만달러 후원으로 ‘박서보 예술상’을 제정했으나 개인의 이름을 딴 상은 광주비엔날레 정신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상은 제1회 시상을 끝으로 폐지됐으며 제1회 시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 90만달러는 박서보 화백이 설립한 기지재단에 전액 반환됐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신중한 행정이 필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배동환 전 광주미술상 이사장은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시작부터 김광진 광주시 부시장이 출연한 홍보영상 논란, 박서보 예술상 폐지 등 잡음이 발생해 안타까웠다. 이런 논란들이 고품격 미술축제라는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은 5·18이지만, 한편으론 5·18에만 너무 구속되면 안 된다. 자칫 5·18이 진부해진다. 내년 광주비엔날레 창설 30주년을 앞둔 만큼 표현방식이나 주제구현에 있어 변형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박양우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역대 최장 기간인 94일 동안 광주비엔날레가 안전사고 하나 없이 성공적으로 마치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전시회를 찾은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께 마음으로부터 감사하다”며 “내년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열린다. 인류 문명사에 전위적인 담론을 발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단계적 발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4년 9월 예정된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프랑스 출신의 디렉터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아 판소리를 은유로 해 인류의 보편적인 현안인 ‘공간’을 탐구할 계획이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