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사람들> 강형원(사직골 사장)(535/1000)
2023년 06월 29일(목) 14:42 |
광주사람들 강형원 |
광주사람들 강형원 |
음악적 스승님이 2003년 가게를 인수하셨어요. 당시 스승님이 저한테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하셔서 가게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또 10년 뒤 사장님이 바뀐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가게를 물려받게 됐습니다. ‘형원씨가 사직골 해볼래요?’라고 하셔서 ‘하겠습니다’ 한 지 벌써 10년이나 됐네요.
사직골은 예전에 크라운 광장으로 불렀다고 해요. 40여년 전 한 할머니께서 시작하신 가게고요. 그때만 해도 통기타 문화는 정권에 대항하는 저항적인 문화의 중심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그런 영향이 이어져 왔어요. 저는 20대 때 학생운동 노래패에 있었거든요. 이 공간은 적어도 광주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책의 소신 등을 발표할 수 있고, 그걸 (벽에) 걸어도 충분히 이해할 만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문구를 걸고 있는데 마음에 안 들어 하시는 분들도 있죠. 어쩔 수 없지요.
한 번씩 다른 지역에서 검색을 통해 오신 분들이 있어요. 그중 3~4년 전에 충북 충주에서 왔던 2명의 청년이 기억에 남아요. 이번에 다시 방문했는데 한 명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둘이 같이 하는 사업도 있더라고요. 그 친구들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을 보게 됐어요. 그 친구들이 또 몇 년 뒤 올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사직골은 어떤 이에게는 좋은 추억의 공간이 될 수도 있구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사직골에 온 모든 이들이 들어올 때 어떤 마음이든지 나갈 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직골이 그렇게 기억됐으면 하는 것이 작은 바람입니다. 제가 언제까지 가게를 운영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때가 되면일 수도, 시간이 좀 지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 공간이 가지는 가치를 지켜줄 사람들이 와서 가치가 보존되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