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박종석>보호수, 체계적 보존·활용방안 마련을
박종석 산림자원연구소 산림자원연구팀장
2023년 06월 28일(수) 15:35
박종석 팀장
시골 출신들은 동네 앞 당산나무 한그루씩은 가슴에 담고 산다. 마을을 지키는 수호수들이다. 지금은 보호수로 지자체가 지정·해제 등 법적장치를 마련해 관리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나 이야기, 전설을 품고 있다. 거목이면서 주민들과 공생하는 생태기록물로 우리의 자산이다.

최근들어 소중한 생태자원인 보호수가 각종 위협에 노축되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보호수는 역사적·학술적 가치 등이 있는 노목(老木), 거목(巨木), 희귀목(稀貴木 )등으로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는 나무를 말한다. 우리나라에는 느티나무, 소나무, 팽나무, 은행나무 등 139종 1만3859그루가 보호수로 지정·관리받고 있다. 그 중 전남은 4093그루로 전국 최다비율로 30%를 보유하고 있다. 수종별로 보면 느티나무가 2127그루로 가장 많고 팽나무 760그루, 소나무 495그루, 버드나무 186그루, 은행나무 78그루, 향나무 9그루, 기타 410그루다.

보호수는 최소 100년 이상 되는 노거수가 대상이다. 나이(년), 크기(m), 가슴높이 둘레(㎝) 등이 규격 이상 돼야 한다. 조성 목적이나 용도에 따라 구별된다. 역사적인 고사나 전설 등 유래가 있어 이름난 나무이거나 성현, 왕족, 위인들이 심은 것으로 알려진 훌륭한 명목(名木), 역사적인 고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 분류를 보면 전설이 있는 보배로운 보목(寶木)이 있다. 제를 지내는 성황당, 산신당, 산수당에 있는 당산목(堂山木), 향교, 서당, 서원, 사정, 별장, 정자 등에 심은 정자목(亭子木), 해안, 강안, 제방을 보호할 목적으로 심은 호안목(護岸木), 나무의 모양이 정상이 아닌 기괴한 형상의 관상가치가 있는 기형목(畸型木), 풍치, 방풍, 방호의 효과 및 명승고적 정취 또는 경관 유지에 필요한 풍치목(風致木) 등이 있다.

보호수는 살아있는 문화자산으로 문화, 전통,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산림생태자산이자 함께 살아가는 문화적 유산이다. 하지만 보호수도 생명을 다하기 마련이다. 고온건조한 기후로 병해충 등 피해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보호수 지정·관리 업무는 1980년부터 옛 산림법에 따라 산림청이 직접 수행했으며 지난 2005년부터 지방자치 사무로 이관돼 지방산림청장과 시·도지사가 맡고 있다. 최근 산림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호수 관리 문제로 ‘보호수 관리를 위한 체계적 매뉴얼 부재(30%)’와 ‘보호수 업무의 일관성 부재(23%)’를 꼽았다. 보호수 업무가 지방 이관되면서 지자체별 지정·관리 기준이 다르고 관리 인력과 예산도 차이가 많아 체계적이고 일관성있는 관리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호수 통합관리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라이다(LiDar) 기반 정확한 위치정보, 나이, 생육 상태 등 기본 정보와 역사·문화적 자료를 통합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야 한다. 병해충, 태풍 등 피해에 대비해 보호수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계승할 수 있는 후계목 육성도 필요하다. 대부분 노거수로 증식에 어려움이 있지만 삽목이나 접목 등을 통해 보호수 형질을 100% 이어받은 후계목을 증식해 보전해야 한다.

지난 해 최고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팽나무가 개발행위로 존폐위기에 처한 마을을 구한 적이 있다. 드라마 인기와 함께 팽나무를 찾는 방문객이 늘면서 천연기념물로까지 지정된 바 있다. 문화재 당국은 인구소멸과 개발 위기 속에서 지역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문화유산으로 판단을 내린 것. 수령 500년의 거목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력과 역사성 등 가치를 인정해 준 셈이다.

우영우 팽나무 사례처럼 전남지역도 주변 노거수에 관심을 갖고 잘 보전해야 한다. ‘산림보호법’을 기반으로 ‘전남도 보호수 등 보호·관리 조례’에 따라 보호수와 장차 보호수가 될 가치가 있는 수목을 준보호수로 확대 지정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역사·문화적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 개발을 통해 노령화·과소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곳곳의 안녕과 마을공동체 회복에 활기를 불어넣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