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철’ KTX호남선, 승객 편의·안전 모두 놓쳤다
20년 192건·21년 238건·22년 895건
영업·차량·선로·신호·운전 문제 등
“인력·예산 확대 등 대책 마련 절실”
2023년 06월 27일(화) 18:26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고속철도(KTX) 지연 운행이 해마다 증가하며 고객의 편의와 안전을 모두 놓쳤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철도 사고가 늘면서 지연 운행이 전년 대비 두배 이상 늘어 ‘지각철’(지각+고속철도)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KTX편이 적은 광주·전남지역을 다니는 호남·전라선 지연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동구)이 코레일로부터 받은 ‘열차 지연 현황’에 따르면 KTX 호남선 지연 건수는 2020년 192건, 2021년 238건에서 2022년 895건으로 급증했다.

전남지역의 곡성·구례·순천·여수 등을 다니는 KTX 전라선 지연도 2020년 139건, 2021년 162건, 2022년 533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KTX를 포함한 새마을호·무궁화호의 열차 지연 건수는 3년새 호남선 2967번·전라선 2110번을 기록했다.

전국 KTX 지연 역시 2020년 1533건, 2021년 1918건에서 지난해 5707건으로 급증했다. 지연 원인은 영업·차량·선로·신호·운전 문제, 기타 등이다.

지난해 KTX 지연 건수가 급증한 것은 그해 철도 사고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철도 사고가 나면 사고 구간과 사고 위험 구간의 선로 안정화 작업이 필요해 다른 열차가 서행 운전을 하면서 연쇄적으로 지연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철도 사고는 2012년 222건에서 10년 뒤인 2021년 48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66건이 발생하면서 다시 증가세로 접어들었다.

열차 지연 건수 집계에 풍수나 자연재해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지연은 포함되지 않는 만큼 해마다 증가하는 KTX 지연이 승객들의 편의를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코레일은 철저한 관리 등으로 지연 운행을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역시 ‘지각철’은 여전하다.

지난 16일 경기 고양에서 서울로 향하는 수도권 전철 경의선 철도에서는 전기 공급 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해당 구간을 운행하고 있던 마산행 KTX 승객 175명이 예비 차량으로 환승하는 등 1시간 넘게 운행이 지연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승객들은 예정보다 202분 늦게 마산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고로 고양 수색 차량기지에서 서울역으로 이동해 출발하는 일부 경부·호남선 KTX와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 운행이 차질을 빚기도 했다.

안내 부실 문제도 나왔다. 잦은 지각 운행과 사고에도 코레일톡 애플리케이션, 전광판, 안내 방송 등이 지연 시간을 다르게 알려 열차를 놓치는 승객들이 있다는 주장이다.

‘승객의 발’이 돼야 할 KTX 등 고속 열차가 승객들의 편의를 보장하지 못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철민 의원은 “사고·지연 운행, 안내 부실 원인은 인력·운용자원 부족과 같은 뿌리에서 비롯됐다”며 “국토교통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원인 분석과 관리 인력 증원·운용 예산 확대 등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정훈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한정된 철도 용량에 수요가 늘면서 KTX 지연 운행이 꾸준히 자연 증가했다”며 “경영상의 불안정과 리스크가 폭발한 결과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이어 “내년이면 고속철도가 20주년을 맞는다. KTX가 보편적인 서비스가 됐지만 운영 체계, 경영·인력 구조 등은 20년 전에 머물러 있다”며 “차세대 교통수단에 대한 고민 전 시대와 맞는 고속철도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