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취재수첩> 영혼 없는 선거제 개혁, 누구를 위한 것인가
김해나 정치부 기자
2023년 06월 25일(일) 16:43 |
김해나 기자 |
선거 때마다 들려오는 ‘정치 개혁’ 목소리가 새롭지 않은 건 언제부터였을까.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가 10개월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선거제 개편에 따른 선거구 획정도 미뤄지며 거대 양당이 서로 유불리를 따지고 기득권만 지키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자뷔 같은 이 상황은 제21대 총선을 1년여 남긴 2019년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국회는 ‘소수정당 우대’를 내걸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만들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 배분 외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지 못해도 사표가 된 득표율로 의석을 차지할 수 있어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유리한 제도다.
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제도를 ‘개혁’했음에도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다시 의석수를 챙겼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만들고, 총선 후 흡수 통합하는 꼼수를 부린 것이다.
역대 최악 선거법이라는 질타를 받고 3년이 흘러 다음 총선이 내년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의 ‘기득권 지키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민참여단 500명 공론조사 결과 83.8%는 국회의원 선거 제도를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공론조사 전 27%였던 전국 단위 비례대표 확대 찬성률도 70%까지 늘어났다.
국민적 관심과 함께 당초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사 신년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뒤 국회 안팎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어졌다.
143명의 여야 의원이 함께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 모임’이 구성됐고, 지난 4월에는 20년 만에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렸지만, 선거제 개편 진척은 없었다.
거대 양당 모두 결론 없는 논의만 이어가고 있어 빈 수레가 요란한 꼴이다.
22대 총선 1년을 남긴 법정시한 지난 4월10일 전까지 선거법을 개정하자는 초기 목표는 이미 물 건너갔다. 여야는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각자의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늦어도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거대 양당에서 확실한 카드를 제시해 주지 않는다면 선거제 개혁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어렵다.
선거제도 개혁이 기득권을 위한 것이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면 서둘러 논의를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