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주종섭>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의 외침
주종섭 전남도의원
2023년 06월 21일(수) 12:44
주종섭 도의원
제133회 세계노동절에 자신에게 기름을 끼얹고 분신한 양회동은 우리 곁에서 함께 땀 흘렸던 철근공 건설노동자였다. 가족을 책임지는 아버지였던 양회동 건설노동자는 현장의 기능을 익히기 위해 밤늦도록 공부했던 성실한 노동자였다.

자신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는 “제가 오늘 분신을 하게 된 것은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가 않네요. 힘들게 끈질기게 투쟁하며 싸워서 쟁취하여야 하는데…”라며 유서를 남겼다.

노동자로 살면서 노동조합 만들고 조합원이 될 수 있는 당연하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를 공갈범이라고 모욕하고 몰아세우는 것에 자신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건설 현장은 산업 특성상 한 현장에서 고정되어 일하지 않고 현장을 옮겨 다니고 생산물인 건축물은 일회적인 생산품이고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은 하나의 건설업체에 고용되어 일하기보다는 일할 때마다 현장의 작업을 진행하는 건설회사에 따라 고용주가 바뀌게 된다. 그래서 건설노동자들이 헌법에 보장된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인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건설 현장에도 지역별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노동자들의 기본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면서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그 시민권을 획득하게 되었다. 이제서야 겨우 인간답게 대접받고 떳떳한 노동자로 살겠다던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에 현 정권 들어 무지막지한 억압과 탄압이 진행되고 있다.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권이 건설노동자들을 건설 폭력배라며 노동기본권까지 짓밟고 200여 일 이상을 건설노조에 대한 특별단속을 실시하면서 연일 무리한 압수수색과 국토부-공정거래위원회-언론까지 총동원해 전방위적 탄압을 일삼고, 건설노조 활동을 불법행위로 매도하며 거짓 여론을 만들어서 건설노동자들을 파렴치한 사람들로 매도하고 있다고 했다. 건설 현장의 부실시공, 산재사고 등의 빈번한 발생 원인이 되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오히려 건설현장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건설노동조합의 활동을 적반하장으로 탄압을 자행한다고 성토했다.

분신 후 51일 만에 장례식을 치루게 된 양회동 열사가 남긴 외침은 건설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세우고, 부실시공과 대형산재의 원인이 되고 있는 다단계 하도급을 철폐하고, 건설노동자들의 노동3권이 제대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단계 하도급의 맨 밑바닥에 임금 하한선이 없고 불법이 자행되고 있기에 다단계 하도급을 근절하고 적정한 임금제가 시행되어야 한다는 외침이었다.

건설노동자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