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광주형 일자리 사업,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용환 논설실장
2023년 06월 18일(일) 17:31
이용환 논설실장.
“만들어라, 그러면 팔릴 것이다.” 1991년 5월,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임직원에게 800cc급 경승용차 티코의 생산을 발표하며 ‘대우의 도약’을 선언했다. 창원 대우조선에서 생산한 티코의 판매가격은 330만 원. 불과 1년 전, 대우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3000cc급 엔진을 올린 최고급 승용차 임페리얼을 출시하고 2980만 원에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국민차의 영예는 당연한 것이었다. 여기에 티코는 ‘기능은 줄이고 기본기는 튼튼하게’ 만들겠다는 김 회장의 ‘탱크주의’를 바탕으로 제작 돼 실속 있는 승용차로 인기가 높았다. ℓ당 24.1㎞라는 놀라운 연비도 국내 경차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안겼다. 경차의 기적, 새로운 도전, 혁신의 성과 등 언론의 평가도 온통 긍정적이었다.

‘희망과 기적’ 써낸 캐스퍼

그로부터 꼭 30년이 지난 2021년 9월, 또 다른 기적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광주에서였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첫 결실로 만들어진 광주글로벌모터스(GGM)의 경승용차 캐스퍼가 출시된 첫 날, 언론은 30년 전 티코가 처음 생산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희망과 기적을 이야기했다. 값이 싸고 품질이 좋다는 게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반응도 폭발적이었다. 사전계약 첫 날 1만 8940대를 판매한 캐스퍼는 이후 매월 4000대 이상을 판매했고, 2022년에는 총 5만 대를 판매해 당기순이익 129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국내 경차 시장이 10만대 내·외인 것에 비춰보면 캐스퍼의 성과는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지금도 캐스퍼의 날갯짓은 힘차다. 내년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설비 보강을 위해 일부 생산라인을 멈춘 탓에 생산량은 줄었지만 그래도 월 4000여 대를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2024년에는 경형 전기차로의 또 다른 도약도 준비하고 있다. GGM은 올해 전기차 생산을 위한 설비 보완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시험생산을 거쳐 하반기 본격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에 선보일 전기차는 기존 캐스퍼보다 10~20㎝ 길게 만들어 배터리 용량을 키웠고 그만큼 주행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GGM의 설명이다. 내수판매와 함께 캐스퍼에 날개를 달아 줄 해외수출의 난제도 해결됐다. 내년 생산되는 캐스퍼 전기차 60%를 유럽 등에 수출하기로 현대차와 협의도 끝냈다. 유럽의 경차 비율이 40%에 이르고 친환경차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내심 ‘또 다른 돌풍’까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캐스퍼 전기차는 이미 출시한 내연기관차와 차체를 공유하는 파생전기차로 플랫폼 개발이나 생산 비용이 절감 돼 가격 경쟁력이 높다.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까지 갖춘 수출용 차량을 양산하면 장성기차나 상하이GM우링, 폭스바겐 등 중국이나 독일 브랜드와의 경쟁이 충분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GGM도 캐스퍼 전기차모델을 두고 ‘제2의 창업’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제부터 ‘진짜 실력’ 보여야

국내에서 23년만에 설립된 완성차 공장인 GGM의 의미는 크다. 무엇보다 노사 상생이라는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첫 모델로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국내 제조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소시켰다. 노동자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하고, 기업 또한 적정한 수익을 얻는 ‘선순환 경제’를 실현시켰다는 것도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GGM의 도전이 광주의 도전이라는 것도 중요한 가치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시작되던 지난 2014년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광주에서 당시 윤장현 광주시장과 정찬용 전 노무현 정부 인사수석을 만났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위해 광주에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만들자는 윤 시장의 부탁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광주에 별도의 자동차 공장을 새로 건설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자동차시장과 노조와의 관계 등을 염두에 둔 정몽구 회장의 신념이었다. 그래도 광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되레 시민과 지역경제계, 노동계가 서로가 양보하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얼개를 하나씩 만들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성과가 ‘광주형 일자리’의 완성은 아니다. 올해도 그렇지만 내년에도 GGM 앞에는 수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을 혼류 생산하는 초유의 모델을 정착시켜야 하고, 전기차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서도 살아 남아야 한다. 신생기업으로 GGM의 가치와 브랜드도 보여줘야 한다. 품질과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매년 치러야 할 현대차와의 위탁 계약도 변수가 많다. 이제부터 보여주는 것이 ‘진짜 실력’인 셈이다. GGM의 경영이념은 ‘상생’과 ‘지역사회 공헌’으로 압축된다. 노사가 상생하는 기업구조, 원청과 하청이 동반 성장하는 시스템, 기업과 시민의 상생협력,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려는 광주시의 노력까지. 광주와 GGM, 그리고 캐스퍼의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