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의 치밀한 조작에 광주는 43년동안 고통받았죠"
●나의갑 전 5·18기록관장 강연
신군부의 10가지 조작 실체 밝혀
철저한 언론 검열로 왜곡 확산돼
신군부의 10가지 조작 실체 밝혀
철저한 언론 검열로 왜곡 확산돼
2023년 06월 04일(일) 14:26 |
나의갑 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이 지난 1일 광주 남구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소공연장에서 ‘5·18 조작과 진실, 그 10가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혜인 기자 |
광주문화재단이 지난 1일 5·18민주화운동 43주년을 기념하는 강연 프로그램 ‘빛고을 융복합 렉처콘서트’의 4회차로 나의갑 전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을 초청해 강연을 가졌다.
4일 광주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날 강연은 광주 남구 빛고을아트스페이스 5층 소공연장에서 ‘5·18 조작과 진실, 그 10가지’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나 전 관장은 1980년 당시 옛 전남일보 사회부 4년차 기자로 전남도청 일대를 취재하면서 직접 목격한 것을 토대로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의 항쟁을 폭동사태로 만들기 위한 크고작은 10가지 조작의 실체를 밝혔다.
이날 나 전 관장은 △박관현 열사의 거짓 행방 △“학생들이 책가방에 돌을 넣어왔다” △계엄사령부의 21일 폭동 발표 △유언비어에 놀아난 광주 △군 기록서 나오지 않는 도청 집단사격 △전두환의 5·18 언론간담회 △전두환의 5·18 당시 행적 △무장폭도의 다섯 차례 광주교도소 습격 △광주시위 선동 남파 간첩 검거 △가두방송원 3명 간첩 판명 등을 신군부의 핵심 조작 의제로 짚었다.
나 전 관장은 특히 전두환씨의 보안사령부가 검열을 통해 언론을 장악했던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1980년 5월 21일 계엄사령부가 광주상황에 대한 첫 공식발표에 ‘군경 5·민간 1명 사망’, ‘유언비어·지역감정 겹쳐 사태 악화’, ‘공공건물 13동 파괴·소실’ 등을 실었다. 나 전 관장은 “광주를 ‘난동과 폭동의 도시’로 몰아가는 공식 발표를 두고 한국의 신문과 방송은 쓸 자유도, 안 쓸 자유도 없었다”며 “사실대로 보도하면 보도검열단에서 ‘검열 필’ 도장을 찍어주지 않고 까탈을 부렸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한 숱하게 제기된 이원화된 지휘체계 의혹 속 핵심인물인 전씨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여러 근거를 제시했다.
나 전 관장은 “이 때 전씨가 ‘군은 시가전을 각오한 일대 작전을 준비 중이다. 작전할 경우 2시간 내에 진압할 자신이 있다’며 마치 책임자 위치에 있는 것처럼 말했다”며 “당시 전씨의 겁박에 맞서 진실을 보도할 언론사 대표들은 없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나 전 관장은 5·18 왜곡의 극함을 보여주는 북한군 침투설 또한 보안사령부의 삼엄한 검열로 인해 확산됐으며, 가두방송을 하던 전옥주 열사의 사례를 들어 간첩으로 조작하려했던 보안사령부 소속 편의대의 소행을 역설하기도 했다.
나 전 관장은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는 광주를 ‘폭도’라는 꿰미에 ‘폭동’을 뀄다. 이때문에 광주는 43년째 ‘폭동’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며 “5·18의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려면 필수적으로 조작의 실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