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우크라이나 전쟁과 고려인>우크라 재건, 한국의 경험과 역량 간절히 바라
⑫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고려인, 코리아 스마트시티
세계적 곡창지대·희소 광물 생산국
우크라, 사회기반시설 등 피해 막대
재건사업 규모 최대 1,184조원 추정
한국, 10조 규모 차관 예비협정 체결
스마트시티 등 ‘K-개발 플랫폼’
2023년 05월 25일(목) 14:28
집 없이 텐트에서 살아가는 우크라이나인의 모습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을 시작된 지 벌써 1년 3개월이 되었다. 이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군사 분쟁이 되었다. 그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엄청난 인명 피해와 막대한 규모의 사회 기반 시설 파괴 및 환경 피해를 초래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국민의 고통을 완화하고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제 사회는 재건 과정의 주요 구성 요소인 거버넌스 구축, 복구 계획, 자금 조달 계획 및 모니터링 메커니즘을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미 2022년 7월 5일 스위스 우크라이나 재건회의(URC: Ukraine Recovery Conference)에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40여 개국 대표단은 전후 경제회복 지원 장기 방안을 담은 ‘루가노 선언’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는 7,500억 달러(약 994조 원) 규모의 재건사업을 발표했다. 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을 위한 복구 계획 로드맵이 작성되었다. 핵심 내용은 2023년~2025년 2단계 사업 중 임시주택, 학교병원 등이 지어지고, 2026년 이후 경제 회복을 위한 사업이 추진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2023년 5월 16일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한국을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사절단은 전후 재건사업에 한국기업의 참여를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재건사업 규모는 최대 8,932억 달러(약 1,184조 원) 규모로 10년에 걸쳐 진행될 것이며,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약 1,300억 달러(약 172조 원)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피해를 입었다고 하였다. 이어 5월 17일에는 대한민국 정부와 우크라이나 정부 간에 경제개발협력기금(EDCF) 차관에 관한 예비 협정이 체결되었다. 우크라이나 경제부는 “우크라이나는 한국으로부터 최대 80억 달러(10조 원)의 차관을 유치했다. EDCF로부터 최대 3억 달러에 이르는 첫 번째 차관을 받을 가능성은 이미 2023년에 있다. 2024년에 최대 30억 달러의 다음 차관이 제공될 것이며 프로젝트가 수행됨에 따라 한도가 80억 달러로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대출 기간은 연 0.15%로 최대 40년이며 대출 기관의 상환은 10년 유예될 수 있다. 대출은 EDCF 기금의 틀 내에서 한국수출입은행이 제공한다”고 자국 언론에 보도하였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전후 재건을 위해 한국의 역량과 경험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 한-우크라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후 재건 복구를 위한 양국 간 협력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우수한 한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해 신속한 전후 복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기로 했다.

세계은행이 우크라이나에 1억3200만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캐나다로부터 약 20억 달러의 차관을 받았다. 따라서 한국이 제공할 차관 자금 규모는 현시점에서는 상당한 액수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에게 줄 차관 자금 규모 등 예비협정 내용에 대해서 아직 한국 국민에게는 발표되지 않은 내용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될 것 같아 보인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이번 한국을 방문한 우크라이나 정부사절단이 제시한 재건사업 규모는 과다 계상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 우크라이나 정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UN의 지원을 받은 조사에 따르면, 2023년 2월 24일 기준으로 1년 전쟁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의 건물과 기반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는 1,350억 달러(약 179조 원)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부문은 주택(38%), 운송(26%), 에너지(8%), 상업 및 산업(8%), 농업(6%)이다. 피해는 특히 도네츠크, 하르키우, 루간스크, 자포르자, 헤르손, 미콜라이우, 키이우, 체르니히우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우크라이나의 국내총생산(GDP)은 2022년에 비해 29.2% 감소했고, 빈곤은 2022년에 5.5%에서 24.1%로 증가했다(빈곤선 1인당 하루 US$6.85 기준). 2023년 2월 24일 기준 재건 및 복구에 필요한 총 예상 비용은 4,110억 달러(약 545조 원) 이상 규모로 예측했다.

해외에는 1,387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피란민과 추가로 591만 명의 국내 실향민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었다(유엔난민기구, 2023.1.10. 기준). 특히 800만 명의 우크라이나인이 현재 빈곤 속에 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주거용 건물, 병원 및 학교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고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상시 정전으로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에너지 및 운송 인프라의 30~40%가 파괴되었다. 철도망은 27%가 중단되었다. 석유 공급이 30% 감소하면서 전체 석유 정제 시설이 파괴되었다. 에너지 생산 능력이 최소 40% 감소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경제는 외국 원조에 의존하게 되었다.

전쟁 전에 33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들은 해외에서 일하기 위해 나라를 떠났다. 그들은 본국에 남아있는 가족에게 송금했으며, 그것은 국민경제에 유익했다. 2020년 우크라이나로의 송금액은 121억 달러(약 16조 원)에 달했다.

인구통계 및 사회 연구 연구소에 따르면, 18~39세의 사람들이 이주가 가장 높았다. 꽤 많은 사람들이 관광 비자로 일했다. 그들 중에는 일시적이거나 계절적인 일을 위해 해외로 나간 사람들도 있었다. 귀국 후 그들은 우크라이나 경제에 기여했다.

우크라이나는 모로코와 튀르키예에 이어 EU에서 세 번째로 비 EU 거주 허가를 받은 나라였다. 임시 이주 노동자를 포함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아마도 1위를 차지할 것이다.

2021년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는 인구의 13%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는 개발도상국 표본 중에서 높은 비율로 다른 중하위 소득 국가의 비율보다 5배 가까이 높았다. 우크라이나는 GDP의 9.2%를 차지하는 이민자 송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다른 중저소득 국가의 두 배였다. 디아스포라 분포와 송금액에 따라 해외 우크라이나인은 이웃 국가와 미국에 압도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재건이 즉각적이고 대담한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인도주의적인 이유 말고도, 우크라이나는 중요한 원자재 수출국이다. 중요한 수출국으로서의 국가의 잠재력은 식량, 광물 등에 있다.

우크라이나는 주요 농산물 수출국이다. 2016~2020년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헤르손 주와 자포리자 지역, 남부의 오데사는 우크라이나 보리 생산량의 19%, 해바라기 씨의 16%, 유채의 20%, 밀의 20%를 차지했다. 물류 중단을 포함하여 농업 부문에 가해진 전쟁 피해는 세계 식량 안보와 우크라이나 수입품에 의존하는 국가에 위협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수출 통계를 보면, 국제 시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역할이 분명해진다.

우크라이나는 전략적이고 고도로 전문화된 산업에서 주로 사용되는 희소한 원자재를 보유하고 생산한다. 우크라이나는 기술 생산과 녹색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희토류 금속을 비롯한 귀중한 광물을 제공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미 10개 이상의 상품에 대해 세계 10대 생산국 중 하나이며 금홍석, 스칸듐, 망간, 티타늄 스폰지 및 갈륨 생산에서 선두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전문 채굴 활동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면 전 세계적으로 소수의 집중된 생산국(예: 중국,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스마트시티, 첨단산업단지, IT 기반 교통망 등 한국만의 노하우를 담은 ‘K-개발 플랫폼’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한다. 또한 한국 정부는 민관협력사업(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형식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구성하고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국제개발협력으로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이 힘을 합치면 좋을 듯하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남부 미콜라이우에 일명 한국형 스마트시티이라도 하나쯤 건설이 되면 어떨까 한다. 이 지역 도지사는 고려인이다. 스마트시티를 건설하여 고려인들도 다시 고향으로 귀환하여 농사를 짓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은 세계 각국의 피란 고려인들이 헤어진 가족과 다시 만나고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일어서는 삶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주거, 학교, 병원, 생업을 하고 먹고 살 수 있는 수단, 그리고 관련 인프라 시설들이 만들어진다면 귀환할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다. 한국 사회는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의 자립과 회복력에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이 스마트시티에서는 우크라이나인과 고려인들이 공존하며 같이 살 수 있었으면 한다.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주로 미콜라이우, 헤르손, 도네츠크,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동남부에 살았으며 이곳은 상당 부분 파괴되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이나 유럽, 중앙아시아에 피란해 살고 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난한 나라로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전쟁이 끝났을 때 우크라이나에 가족이 있는 사람들은 다시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거주 피란민들 중 일부는 현재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고 있기도 하다. 그것은 그들이 가족에 대한 그리움, 궁핍, 그리고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데에 대한 어려움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산조각 난 우크라이나 경제, 장기간의 분쟁 가능성 및 상당한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많은 고려인들은 고향으로 귀환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재건은 국가적, 지역적, 국제적 차원에서 탁월한 노력이 필요한 어렵고 복잡한 작업이다. 중요한 것은 사람중심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하며, 일하고 싶은 곳에서 열린 경제영토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뿐만 아니라 고려인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재건을 적극적으로 도왔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 나라로서, 국가 재건에 대한 세계적 경험으로 한국의 사례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커다란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한국은 우크라이나 재건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