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구애를 위한 용기… 묘약에 담긴 ‘천태만상’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19세기초 스페인 작은 시골 마을 배경
웃음·감동 담아낸 명품 오페라로 호평
약장수 소재… 당시 사회 변화상 조망
광주시립오페라단 상반기 공연 기대감
19세기초 스페인 작은 시골 마을 배경
웃음·감동 담아낸 명품 오페라로 호평
약장수 소재… 당시 사회 변화상 조망
광주시립오페라단 상반기 공연 기대감
2023년 04월 20일(목) 13:41 |
트리스탄과 이졸데에서 나오는 ‘사랑의 묘약’을 읽어주고 있는 아디나와 옆에 서있는 네모리노.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과거 30여년 전만 해도 우리 주변에서 약장수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동네 공터에서 사람들을 불러 놓고 쇼 등 볼거리를 제공하며 피부병을 비롯해 젊게 해주는 묘약, 만병통치약 등을 소개했다. 요즈음 이렇게 쇼를 펼치며 돌아다니는 약장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나, 시골 노인들을 상대로 오락거리와 음식 등을 대접하면서 흔한 식품을 ‘명약’으로 둔갑시켜 팔아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서구에서도 ‘medicine show’라 하여 약장수들의 화려한 언변과 곁들인 쇼가 등장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까지, 매약을 하는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약품을 제조해서 속여 파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큰 범죄 행위로 비춰질 수 있는 이러한 ‘매디슨 쇼’가 오페라에서도 등장하는데 바로 도니제티(G. Donizetti)의 ‘사랑의 묘약( L’Elisir d’Amore)’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약을 팔고 있는 베이스역의 둘카마라.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내용은 이졸데가 사랑의 묘약을 잘못 마시는 바람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는 이야기이다.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이란 전설의 이야기를 믿고 자신한테 꼭 필요한 묘약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떠돌이 약장수이자 돌팔이 의사 둘카마라 박사가 ‘사랑의 묘약’도 판다고 하자 순진한 네모리노는 주머니를 털어 한 병을 산다. 실은 싸구려 포도주다. 어쨌든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 한 병을 꿀꺽 다 마시고 술에 취한다. 그리고 멋쟁이 군인 벨코레 하사와 얼마 뒤 결혼하기로 한 아디나에게 무안을 주는 행동을 한다. 아디나의 결혼식 날 그녀는 평소에 그렇게도 자신을 따라다니던 네모리노가 나타나지 않자 어떻게 된 일인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다. 네모리노는 비싼 약을 한 병이나 마셨는데도 아디나가 자신을 사랑하기는커녕 벨코레와 결혼을 한다니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해 불평을 터뜨린다. 둘카마라는 한 병 더 사서 마셔야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네모리노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벨코레 하사에게 신병 입대를 조건으로 받은 돈을 둘카마라에게 바치고 약을 사서 마신다. 결과는 전보다 더 과감한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날 저녁 네모리노가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됐다는 소문이 마을에 돈다. 네모리노의 친척이 세상을 떠나면서 유일한 가족인 그에게 막대한 유산을 남겨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네모리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마을 아가씨들은 부자가 된 네모리노에게 관심을 쏟는다. 화제의 중심이 된 네모리노를 본 아디나는 그가 마을 처녀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은 분명히 훌륭한 점이 있을 것으로 여기고 네모리노에게 관심을 기울인다. 네모리노는 약효 때문에 아디나가 드디어 자신에게 끌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확인한다.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벨코레는 네모리노의 입대원서를 돌려주고 둘카마라는 자신의 약 때문에 두 사람이 사랑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자랑한다. 네모리노의 품에 안긴 아디나 두 사람은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이며 행복한 결말로 막이 내린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 초연 포스터 |
마을사람들에게 ‘사랑의 묘약’을 읽어주고 있는 아디나 역의 소프라노 캐서린 베틀.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광주시립오페라단이 올해 상반기중 ‘사랑의 묘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드디어 광주에서도 신나고 재미있는 약장수를 만날 수 있는 건가? ‘사랑의 묘약’을 통해 바라보는 천태만상의 사랑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날이 기다려진다. 광주에서 맛볼 수 있는 ‘감동과 행복의 묘약’, 생각만 해도 설렌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
최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