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글로컬 대학 30’ 본질적 해결책 아니다
지역 없이 수도권만 존재 못 해
2023년 04월 19일(수) 17:57 |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이상하게 뒷맛이 씁쓸하다. 최근 모 대학 총장을 만나 들어본 바, 이번 사업의 1차 제출 서류는 A4 5장의 혁신안이다. 이 안에 ‘이제까지 본적 없는 혁신’을 담으라고 한다. 정부는 ‘돈을 줄 테니, 고민은 당신들이 하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30개의 대학에 들지 못한 대학들의 미래다. 비약하자면 교육부의 눈에 든 대학은 5년간 생명을 이어가고, 나머지 대학은 알아서 버둥거리라는 이야기로 들린다.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K-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지방대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학령인구 감소나 방만한 운영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경제·문화 등 대한민국의 사회적 기반을 모두 갖고 자본마저 대부분을 손에 쥔 서울, 수도권 우선 정책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방에 취업할 직장 하나 제대로 만들어 주지 않으면서 ‘지방대가 못하니 서울로 오는 것 아니냐’고 손가락질 한다. 정작 서울지역 대학은 건드리지도 않는다. 그 어떤 선진국도 대학 체계가 이토록 수도권 집중인 곳은 없다. 그런데 이 문제는 외면한 채 지방대만 들볶는다.
지방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어렵고 힘든 시절 지역을 지키고 같이 성장하며, 역사를 채워 온 사람들이다. 이런 이들에게 본질적인 해결책을 주지는 못할 망정 생존게임으로 밀어 넣는 것은 지역에 대한 무례다. 지역 없는 수도권이 존재 가능할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