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남탓 공방에 더욱 말라가는 광주·전남
최황지 정치부 기자
2023년 04월 04일(화) 16:28 |
최황지 기자 |
2년째 비가 내리지 않는 최악의 가뭄 상황을 견디고 있는 광주·전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캠페인 문구이지만 지역의 물 부족 상황을 먼나라 이야기 듣듯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외지인들이 많다. 21세기에 물 절약 실천 운동이 무슨 세기말 캠페인이냐는 듯 선뜻 이해하지 못한다.
이와 반대로 지역은 물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하다. 광주·전남의 거대한 물곳간인 주암댐이 10%대로 떨어졌을 때에는 지역에서 물 부족 재난이 현실화됐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웃인 완도 섬 지역의 제한급수 상황을 접하면 코앞에 닥친 물 부족 상황에 두려운 마음도 든다.
슬픈 건 이런 가뭄 위기가 지역이 초래한 사고처럼 여겨진다는 것에 있다. 광주·전남의 가뭄이 영산강 보를 해체한 탓일까, 아님 지역의 치수 대책이 후진적인 것일까. 이같은 문제제기는 가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보다 남탓 공방으로 문제의식을 흐린다.
재난 상황을 지역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 영산강 보 해체로 광주 시민들의 식수가 바닥났다는 것은 맞지 않다. 영산강의 물은 3~4급수로 원래부터 식수로 부적합해 농업용수로만 사용했던 물이다. 가뭄으로 식수량이 줄자 지난달부터 광주시가 영산강의 물을 일부 취수·정수해 사용하고 있다.
광주·전남의 치수 대책이 후진적이라는 사실에도 공감할 수 없다. 앞으로 비가 내린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남부는 가뭄, 중부는 홍수가 발생한 것처럼 물 관리는 지자체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전 국토의 물은 하나라는 인식으로 물 관리는 국가가 맡아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국토의 물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하고, 국토의 물 관리를 효율화할 수 있는 워터그리드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광주·전남의 가뭄 위기 상황에도 여전히 물관리는 제각각이다. 농업용수는 한국농어촌공사, 광역상수원은 한국수자원공사, 지방상수원은 시, 도, 군이 각각 관리하고 있다. 지자체가 식수가 부족해 농업용수를 쓰고자 한다면, 한국농어촌공사에게 건의해야 하는데, 농업용수 공급 우려가 걱정되는 농어촌공사는 지자체의 식수 부족을 외면할 수 밖에 없다. 물을 제각각 관리하게 되면 각 주체들이 자기 물그릇을 지키기 위해 재난 상황이더라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
남부지방의 이례적인 가뭄은 전 정권의 정책 실패라고 해석하기보다, 향후 빈번하게 발생할 국지성 가뭄에 대비할 수 있는 국가 통합 물관리의 모멘텀이 됐으면 한다. 전 국토의 물은 하나라는 인식으로 물길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