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비위행위자 사면 '철회'
31일 임시 이사회서 의결
정몽규 회장 “잘못 결정 송구”
2023년 04월 01일(토) 16:29
대한축구협회(KFA)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었다. 이날 이사회는 각종 비위 행위를 저지른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 100명에 대한 징계 사면을 철회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대한축구협회(KFA)가 비위 행위자 100명 기습 사면을 끝내 철회했다.

1일 KFA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울 대한축구협회축구회관 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난 28일 2023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의결한 징계 사면을 철회했다.

앞서 대한축구협회는 징계 중이었던 축구인 100명에 대해 기습 사면을 진행해 논란에 휩싸였다. 협회의 사면 조치 단행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인데,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선수 대부분이 포함돼 거센 반발을 낳았다.

대한체육회는 징계 기록 삭제 규정이 없어 사면이 불가능하다고 못박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사면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붉은악마’와 대전하나시티즌 ‘대전러버스’, 대구FC ‘구름’, 부산아이파크 ‘P.O.P’, FC서울 ‘수호신’ 등 서포터즈가 성명을 내 사면 즉각 철회와 책임자 문책, 공개 사과 등을 요구했고 부천FC1995 ‘헤르메스’, 성남FC ‘블랙리스트’ 등도 경기장에서 걸개를 걸어 강력 반발했다.

이에 재논의를 전격 결정했고, KFA에서도 우려를 인정한 만큼 징계 사면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정몽규 회장은 이사회 후 기자회견을 열고 “2년여 전부터 ‘10년 이상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이 충분히 반성을 했고 죗값을 어느 정도 치렀으니 이제는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선 축구인들 건의를 계속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예방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계몽과 교육을 충실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고, 중징계를 통해 축구 종사자 모두에 울린 경종 효과도 상당히 거뒀다고 판단했다”며 “결과적으로 그 판단은 사려 깊지 못했고, 축구인들과 팬들이 받았던 충격과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고, 관련 단체와 사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면 결정 과정에서 저의 미흡했던 점에 대단히 송구스럽다. 질타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다 나은 조작으로 다시 서는 계기로 삼겠다”고 사과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