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결 같은' 사회의 아쉬움
사회부 강주비 기자
2023년 03월 28일(화) 15:08 |
강주비 기자 |
광주 뇌 병변 장애인 5명은 지난 2017년 고속버스에 휠체어 리프트 장비를 설치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광주시와 금호고속을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8년 한 차례 변론기일이 열렸지만, 피고의 증거 제출 미흡·대법원 유사 사건 계류 등의 이유로 재판이 중단됐다.
그러던 지난 16일 5년 만에 소송이 재개됐다.
당일 광주지방법원 앞에는 수십 명의 장애인들과 연대자들이 모여 들었다. 5년 만에 다시 재판장에 들어선 이들의 눈빛은 하나같이 결의에 차 있었다.
원고 측은 이날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였다.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한 충남고속, 한양고속 등의 사실조회요청회신 자료를 제출하는 등 끊임없이 휠체어 리프트 설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피고 측 대리인은 5년 전 재판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주장들을 펼쳤다. 금호고속은 여전히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재무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고, 광주시는 “광주에 금호고속 본사와 관련 사업자가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인 만큼 대단히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리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피고 측의 ‘도돌이표’ 주장에 힘이 쭉 빠지는 순간이었다. 옆에 있던 다른 방청인들 또한 별다르지 않은 표정이었다.
재판부는 금호고속 측에 재무 자료를, 광주시에 시외버스 편의 증진 및 지원 계획 등의 자료를 5월18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6월1일에 예정됐다.
재판정의 문은 열렸지만, 책임자의 입은 굳게 닫혔다. “보여주기식으로라도 1대 정도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할 만한데, 재판 이후 5년 동안 그대로다”는 한 장애인의 말이 맴돈다. 여러 의미로 참 ‘한결같은’ 사회다. 그럼에도 원고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다음 공판에 또 발 도장을 찍을 것이다. 부디 이들의 걸음이 헛되지 않도록 2개월 뒤에는 단 한 발짝이라도 더 나아간 결론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