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래된 글쟁이의 계절
봄날 꽃비는 그리움이런가
김용옥 | 디자인 미 | 1만5000원
2023년 03월 23일(목) 14:27
봄날 꽃비는 그리움이런가.
어느 오래된 글쟁이가 여러 계절의 흐름 속에 켜켜이 두른 나이테를 고백한다. 한때 광주의 지역신문사에서 기자와 편집장의 삶을 살았던 시인 김용옥씨는 오랜된 문인의 삶을 시로 써냈다.

김용옥씨는 글 속에 파묻혔던 삶 속에서도 시인이라는 또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되면서 비로소 절름발이 신세에서 벗어났다고 회고한다. 그는 어여쁜 임이 기다리던 꽃피는 봄 사월, 파도와 바람과 갈매기를 찾아 떠난 여름, 다 헤진 코트를 입고 돌담길을 걸었던 가을, 소담스럽게 쌓이는 하얀 눈을 감상하던 겨울, 네 계절을 보낸 여러 시절 속에서 시를 썼다.

그렇게 정식 시인이 된 이전부터 썼던 것까지 포함해 모두 165편의 시가 나왔다. 시는 주제별로 나뉘어 △제1장 전설이 돼 버린 삶 △제2장 계절에 녹아든 밀어 △제3장 마음의 음계에 새겨진 노래 △제4장 간구하는 나날로, 소개됐다.

특히 계절들은 시의 주요한 소재가 됐다. 봄비, 새싹 하나에도 젖어 드는 감수성이 독자들의 맘을 애달프게 한다. 어느 늙은 글쟁이가 자신의 계절을 되돌아보고, 후회하며 하소연하는 글들을 통해 우리는 전설이 되가는 삶의 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김용옥 씨는 “한 사람의 흔적들이 표출된 책이다”며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시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시집을 통해 내면의 시적 감수성을 마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가장 애정하는 시는 ‘꽃비는 그리움’이다. 꽃잎과 함께 떨어지는 봄비를 감상하며 적어낸 시다. 홍매화, 개나리, 진달래, 벚꽃에 떨어지는 비를 보며 시인은 그리움을 생각한다. 김용옥 씨는 “시에서 나타난 그리움은 자연일 수도, 사람일 수도, 종교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며 “독자들이 시를 읽고 저마다 그리움의 대상을 꺼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남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시인 김용옥씨는 퇴임 후 수필가의 삶을 살다 제85회 추천문학상 시부분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현재 광주에서 문인활동을 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