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대신 금분 기록으로 인간 근원 고민하다
지역 대표 중진 여성작가 ‘이매리’
그리스·런던 등 올해 6개 전시회
도립미술관 ‘시의정원’ 단체전 중
이민자의 삶 통해 인류 순환 고민
2023년 03월 22일(수) 17:20
21일 광주 남구에 있는 이매리 작가의 작업실에서 이매리 작가가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지역의 대표 중진 여성작가인 ‘시(詩) 배달원’ 이매리 작가가 더 깊어진 인문학적 시각으로 만든 작품을 올 한 해 6개의 국내외 전시를 통해 선보인다. 그리스 크레타, 독일 포츠담, 영국 런던 등 해외 전시가 예정돼 있고, 전남도립미술관의 기획전시 ‘시의정원’에 현재 참여 중이다.

이 작가는 예전엔 ‘하이힐’이란 강렬한 오브제를 통해 여성으로서의 자아와 존재를 탐구했었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는 직접 금가루를 내고 세밀한 붓을 이용해 글을 적어내는 탐구 방식으로 변모했다. 여성을 넘어 인류에 대한 근원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쪼그려 앉은 자세로 대형 캔버스에 성경의 ‘창세기’, 불교의 ‘금강반야바라밀경’, 여러 고대 시 등을 옮겨 적는 등 고된 수행과도 같은 작업을 했다.
캔버스에 금분으로 글을 옮겨 적고 있는 이매리 작가. 이매리 작가 제공
이러한 이 작가의 작업은 지난해 세계 최대의 미술 축제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현지에서 초대전을 열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베니스비엔날레에서 개인전 경험이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작가 중 한 명이 된 것이다. 이 작가는 지난해 4월19일부터 6월28일까지 베니스에 소재한 갤러리 ‘갈레리아 산 폴로(Galleria San Polo)’에서 초대전 ‘이매리: 제네시스’를 열었다.

미처 베니스에 방문하지 못했던 관람객들은 오는 5월 22일부터 8월 30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이매리 작가의 개인전 ‘제네시스’를 통해 그의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이 작가는 “베니스에서의 전시가 확장된다”며 “전 세계적인 큰 사건들을 철학적으로, 인류학적으로, 고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이어 오는 6월 22일부터 8월 7일까지 그리스에 소재한 크레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 ‘Homeostasis(호메오스타시스: 항상성)’을 연다.

이 전시는 8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 영국 런던에 있는 갤러리 카다이프(KADIP)에서도 이어진다.

이 작가는 “인류 역사는 민족, 국가 등이 해체, 소멸되고 다시 재조합되는 순환의 과정”이라며 “회화적 감성을 통해 윤회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7월 22일부터 8월27일까지 독일에 있는 쿤스트리움 포츠담에서 기획전 ‘Utopia?! Peace’에도 참여한다.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조부모 세대의 전쟁경험, 부모 세대가 겪은 정치적 문제 등을 다룬다.

이 작가는 11월 18일부터 12월 30일까지 서울에 있는 갤러리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기획전 ‘약장수와 약속의 땅’을 열며 올해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안순택, 안유리 등 7명의 작가가 함께하는 이 전시에서 이 작가는 이민자들의 삶과 관련된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이 작가는 신작에서 광주에 마을이 있는 ‘고려인’의 삶에 집중했다. 그는 신작 발표를 위해 오는 4월 고려인들의 터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답사를 떠난다.

이매리 작가는 “활동 영역이 확장되는 일은 작가로서 감사한 일이다”며 “국내외 가리지 않고 내 메세지로 관객들에게 어떤 공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에 있는 이매리 작가의 작업실에 걸린 금분 작품. 도선인 기자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