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보라색은 알 듯 모를 듯 고약한 웃음소리이다.”
(191) 보라색과 생활
박현일 문화예술 기획자/철학박사·미학전공
2023년 03월 21일(화) 13:00
●색채와 음계

뉴턴(Newton, Isaac, 1642년~1726년)은 톤의 비례에 따라 색채와 음계로 7단계로 나누었다. “보라는 시(b)를 상징한다.”

스위스의 취리히 대학교 연구팀(네이처 2005년 2월 2일)은 2003년부터 1년 동안 음정을 들으면 색감을 느낀다는 음악가인 여성을 연구하였다. “이 여성은 F단조를 보라색으로 인식하였다.”

●색채와 소리

색청은 어떤 소리를 들었을 때 마음속에 색채 혹은 그림자 같은 것이 나타나는 공감각(synesthesia, 찰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Francis Galton)이 19세기 말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하였음)의 형태를 말한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같은 색깔로 나타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각각의 음계마다 서로 다른 색채가 나타난다.

소리에는 6가지 색깔이 있다고 한다. “보라색은 비웃음인지, 칭찬하는 웃음인지, 알 듯 모를 듯 고약한 웃음소리이다.”

라비냑(Albert Lavignac)은 그의 저서인 음악과 음악가(Music and Musicians)에서 관현악의 편성 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관현악의 편성 법은 색채를 응용하는 화가와 매우 흡사하며, 음악가의 팔레트(palette)는 오케스트라의 리스트(list)이다. 음악가는 이것을 자기의 생각, 선율의 디자인, 화성의 조직을 톤으로 표현한다. 빛과 음영을 다루기 위해 화가가 색채를 배합하는 것처럼 톤을 혼합한다. 이러한 이론으로 볼 때, 군악이나 화려한 취주악은 다른 종류의 장식회화와 일치한다. 실내음악은 매우 부드럽고, 미묘한 색채 농담을 가진 수채화와 같다. 각 악기는 자신의 색채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그 악기의 특별한 성질이다. 관찰자의 눈과 귀 차이로 약간씩 달라질 수는 있으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

라비냑은 그의 저서에서 5가지 색을 악기와 연결시켰다. “보라색은 처량한 영국 특유의 호른 ‘cor anglais’의 소리이다. 이 소리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체념을 호소한다.”

러시아의 화가인 칸딘스키(Kandinsky, Wassily, 1866년~1944년)는 그의 저서인 정신적인 조화의 예술(The Art of Spiritual Harmony, Houghton Mifflin Co., Boston, 1914.)에서 색을 운동으로써 파악하였다. “보라색은 바순이라고 했다.”

●색채와 제품

독(毒) 초록의 작은 유리병에 담긴 크리스티안 디오르(Christian Dior) 향수는 보라색으로 포장되어 있다. 그 향수의 이름은 ‘뿌아종(Poison)’이지만 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이라는 의미이다.

연보라색과 보라색은 ‘성숙한’ 여성을 위한 화장품의 포장으로 사용되었다. 보라색이나 연보라색은 초콜릿 포장으로 늘 인기가 높으며, 보라는 달콤한 죄의 색이기도 하다.

보석함은 흔히 보라색 벨벳으로 장식되어 있다. 영국 런던에 있는 궁정 보석상 에스프레이(Asprey)는 매우 특이한 색, 다시 말해서 빨간색을 띤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케첩 브랜드 하인즈(Heinz)사는 최근에 보라색 케첩을 출시했다. 보라색 자동차는 1995년 처음으로 유행되었는데 주로 소형차와 여성을 위한 모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