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락해가는 광주 구시청사거리… 폐업 줄이어
코로나 못 버티고, 손님은 줄고
업주들 “세 비싸고 사람도 없어”
“축제·행사나 있어야 북적거려”
2023년 03월 16일(목) 18:46
15일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 점포들의 폐업이 점차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은 폐업 후 임대 현수막이 붙은 건물들. 정성현 기자
한때 호남지역 최대 상권이었던 광주 동구 충장로 일대가 원도심 공동화 현상·인구 이동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광주·전남 청춘들로 불야성을 이루던 구시청 사거리(현 아시아음식문화거리)의 경우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문을 닫는 가게들만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다.

상인들은 지난 3년여간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스스로는 재기가 불가능한 상태’라며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와 다양한 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곳곳 임대 현수막… “상권 죽었다”

“여기가 ‘광주의 명동’ 맞나요? 많은 기대를 하고 왔는데, 사람도 가게도 다 제가 듣던 것과 다르네요.”

지난달 서울에서 광주로 여행 온 문한얼(27)씨는 광주 최고 핫플레이스라 들었던 충장로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다. 여행 전 가려고 계획했던 충장로의 한 가게는 문을 닫았고, 시끌벅적할 것 같았던 거리의 모습은 그저 ‘휑’하기만 했기 때문이다.

문씨는 “외지 사람들에게 ‘충장로’는 광주 여행의 필수 코스다. 구 전남도청 등 5·18의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번화가’라는 인식이 크게 작용한다”며 “그런데 막상 와보니 대부분의 건물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있고, 갈 곳도 즐길 거리도 마땅치 않았다. 그나마 연 곳도 프렌차이즈 식당이라 저녁도 거기서 해결했다. 번화가라는 말이 무색한 모습에 실망만 했다”고 말했다.

‘구시청 사거리’라 불리는 아시아음식문화거리와 인근 인쇄의 거리 상황도 비슷하다. 과거 평일·주말 가릴 것 없이 저녁이면 인파로 발 디딜 틈 없던 모습과는 달리, 현재는 폐업한 상점들로 가득했다.

이곳에서 ‘임대’ 현수막을 붙이고 있던 상가 건물주 이모(66)씨는 “최근 대부분의 임차인이 계약을 종료하고 떠났다. 목이 좋아 예전같으면 공실이 금방 찼을 텐데, 현재는 손님이 없으니 월세·권리금을 줄여도 계약하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고객 성향을 따라가지 못하는가 싶어 다양한 업종을 받아봤는데도 상황은 비슷했다. 결국 이 거리 자체가 이제 잊혀가고 있는 거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마땅한 대안도 없다”고 씁쓸해했다.

지난 14일 광주 동구 아시아음식문화거리 인근 상가 곳곳에 임대 현수막이 붙어 있고 거리는 인적이 없어 황량한 모습이다. 배달 매출이 있는 몇몇 가게들만 불이 켜져 있다. 정성현 기자
●“상권 활성화, 고유의 콘텐츠 필요”

16일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충장·금남로의 소·중·대규모 공실률은 24%였다. 이는 광주 전체 공실률(15%)에 비해 약 10% 높은 수치다.

특히 이 지역 공실률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더욱 커졌다. 2019년 13%였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022년 27%까지 치솟았다. 소규모 매장 공실률 또한 2019년 4.9%에서 3년 새 13.1%로 불어났다.

지역 상인들은 도심 주거·상업 시설 등이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는 ‘도심 공동화 현상’이 쇠락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주 김복만(68) 씨는 “충장로 거주 인구는 동구에서 가장 적은 축에 속한다. 비싼 월세·임대료 등으로 생활 인구가 다 빠져나간 탓이다. 그만큼 일상 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예전과 달리 지금은 충장축제 같은 큰 규모의 행사가 아니고서는 북적대는 건 꿈도 못 꾼다. 상인들의 힘만으로는 당장 이겨내기 힘들다. 지자체와의 협업이 절실하다”고 읍소했다.

주승일 충장상인회장은 “지자체에서 ‘충장 르네상스 사업’ 등 여러 지원들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게 상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느냐는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며 “‘충장로만의 콘텐츠’가 필요하다. 대구의 김광석 거리처럼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충장로도 K-POP 거리 등 충분한 자원이 있는 만큼, 지자체와 상인들 간의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로 타개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

동구 관계자는 “앞으로 충장 르네상스 사업 등을 통해 구간별 특화거리 조성·충장영화제 등 이곳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아시아음식문화거리·인쇄의 거리도 활성화 계획이 수립된 상태다”며 “당장은 (이 지역이) 코로나19로 침체돼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충장로가 다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상인들과 머리를 맞대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