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제와 반도체 산업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2023년 03월 16일(목) 13:07
최권범 부장
자동차 산업과 함께 광주경제를 이끌고 있는 주력산업이 있다. 바로 반도체 산업이다.

지난 2010년대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집적회로 수요도 급증, 반도체 산업은 괄목한 만한 성장을 이뤄냈다. 이후 전자 및 IT 기기가 고도화되고, 반도체 적용 분야가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장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광주의 반도체 수출은 지난 2019년 36억7600만 달러, 2020년 38억1500만 달러, 2021년 49억8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68억7400만 달러로 급증하면서 광주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해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간 독보적인 수출 1위 품목이었던 자동차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꿰차기도 했다.

광주 반도체 산업의 성장 배경에는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을 비롯한 관련 인프라와 기술력이 자리잡고 있다.

광주에는 기아, 금호타이어, 삼성전자 등 대규모 사업장들이 여럿 있는데, 의외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있다. 광주첨단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본사를 둔 반도체 후공정(조립·검사) 아웃소싱 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의 한국 법인인데, 국내 본사와 사업장을 광주에 두고 있다. 광주사업장은 1997년 설립됐다. 앰코테크놀로지는 반도체 패키징 및 테스트 시장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기업으로 꼽힌다. 한국 내 매출의 절반 이상이 광주에서 나오고 있으며, 90% 이상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기준 매출 3조1000억원대에 직원 수만 7000여명에 달하는 등 지역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앰코코리아만 보더라도 반도체 산업은 광주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핵심 산업임을 알 수 있다.

올 들어 전국 지자체들 사이에서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계획에 따른 것인데,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27일 공모사업 참가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20곳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특화단지 공모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개 분야로 진행되는데 반도체에만 무려 15개 지자체가 신청했다. 사실상 전국 대부분 지자체가 반도체 유치전에 뛰어든 셈이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고 연구개발 예산 지원, 각종 인허가 신속 처리 등의 특례가 적용되는 등 지자체와 기업들을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아직 구체적인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으나 수조원의 막대한 경제효과와 고용유발효과도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최대 3곳의 특화단지를 지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이번 공모전에 ‘민선 8기 상생협력 1호 사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공동으로 도전장을 냈다. 광주는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한 ‘AI·차량용 반도체’, 전남은 에너지 분야를 특화한 ‘전력반도체’에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시·도는 반도체 산업 육성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공동 조례 개정,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 등을 준비해왔으며, 광주 북구와 광산구, 장성군에 걸쳐 조성된 첨단 3지구 산업 용지를 특화단지 후보지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번 공모전에 나선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하나같이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불균형 해소, 지방소멸 위기 대응 등을 내세우며 유치 당위성을 펴고 있다. 또 수도권 지자체들은 ‘균형발전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지난 15일 전국 15곳의 특화 국가산단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경기 용인을 시스템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산단으로 선정한 것은 우려를 더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광주·전남은 반도체 앵커(선도)기업은 물론 풍부한 용수와 즉시 착공 가능한 부지, 전력·AI·자동차 산업 분야 연계, 전문 연구인력 등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이끌 최적지임에 분명하다. 아무쪼록 광주·전남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꼭 지정돼 지역 균형발전을 이루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선진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