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제발 그 도로를 건너지 마오”
광양·순천 두꺼비 로드킬 잇따라
지자체 인력 고용·생태통로조성
“차량이동속도 제한 등 사후관리”
2023년 03월 13일(월) 10:29
광양 비평저수지일원 800m국도 구간. 비평저수지일원에 서식하는 두꺼비들이 저수지에 산란·회귀하는 과정에서 로드킬로 희생되고 있다.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경칩이 지났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서식지로 이동하다 제대로 활동도 하기 전 로드킬로 죽음을 맞이하는 두꺼비에 대한 뉴스는 독자들을 슬프게 한다. 서식지와 산란지 사이에 도로가 조성돼 있어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한 민·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광양에서는 녹색연합 활동가들과 광양시가 합심해 두꺼비들을 안전구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순천시는 로드킬발생 구간에 생태통로를 오는 10월까지 구축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두꺼비 구출 인력을 확충하고 스쿨존과 마찬가지로 차량 이동속도를 한시적으로 제한토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광양두꺼비 매년 로드킬 희생

지난 10일 찾은 광양시 진상면 백학로 140 비평저수지일원. ‘두꺼비 출몰지역 속도를 천천히 늦추시오’라고 쓰인 이정표가 눈에 띈다.

순천시는 두꺼비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유도울타리를 오는 10월까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조성완료할 계획이다.
포터 트럭이 도로를 지나가자 ‘철퍽철퍽’ 소리가 난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고 했던가. 금새 도로 바닥에 거뭇거뭇한 자국이 찍혀있다. 가까이 가보니 자동차 바퀴에 깔려 죽은 두꺼비들다.

광양시 진상면 비평저수지 일원은 두꺼비가 많이 사는 서식지이다. 매년 2월마다 두꺼비가 비평저수지에 산란을 한 뒤 5월께 부화한 새끼 두꺼비들이 서식지인 인근 야산으로 이동한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로 지적된다. 서식지와 산란지 사이를 이동하는 과정에 편도 1차로 국도가 있어 수많은 두꺼비들이 이 길에서 희생되고 있다.

로드킬로 희생된 두꺼비는 2019년 147마리, 2020년 240마리, 2021년 569마리, 2022년 296마리로 확인됐다.

두꺼비는 연어의 모천회귀본능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태어난 산란지(논·저수지)를 본능적으로 인지하고 매년 동일한 장소에 산란한다.

전남녹색연합은(사무처장 박수완) 성체두꺼비는 3월 중순, 새끼두꺼비는 산란지에서 2개월간 올챙이로 지내다 5월부터 이동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남녹색연합 12명 활동가가 도롯가, 배수로 등 로드킬 위험이 있는 두꺼비를 찾아내 안전한 산란지·서식지로 옮겨주고 있다.

지난 2월10일~3월2일까지 로드킬 당한 두꺼비는 316마리다. 같은 기간 전남녹색연합이 구출한 두꺼비는 540마리(수컷 490마리·암컷 50마리)로 집계됐다. 올해 로드킬로부터 구조된 두꺼비 개체수 보다 로드킬 당한 개체수가 40%에 달한다.

전남녹색연합은 로드킬 근본적인 발생원인을 찾기 위해 로드킬 발생지점을 수집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광양시도 로드킬을 방지에 힘을 보탠다.

광양시는 두꺼비 로드킬 방지를 위해 지난 2019년 비평저수지일원에 울타리를 설치한 바 있다.

올해는 예산 1160만원을 투입해 기간제근로자 4명을 고용·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비평저수지 인근 비촌마을 주민들로 울타리에서 이탈하거나 도로 배수로에 빠진 두꺼비를 직접 산란지로 옮겨주고 있다.

광양시는 로드킬 예방 강화를 위해 인력·예산 증액을 고려하고 있다.

황광진 광양시 자원순환과장은 “두꺼비 로드킬에 대한 실태를 인지하고 있는 비촌마을 주민들을 기간제근로자로 채용했다”며 “두꺼비 보호 강화를 위해 기간제근로자 인력 및 예산확충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순천시, 두꺼비 생태통로 조성

순천지역에도 매년 두꺼비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다. 같은 날 찾은 순천시 용당동 491-1 일원인 봉화산은 두꺼비 서식처다.

봉화산에서 겨울잠을 잔 두꺼비들이 2~3월 업동호수공원 내 업동저수지로 내려와 산란을 한 뒤 5~6월 새끼두꺼비들이 봉화산으로 이동해 7월 초까지 서식한다. 이곳 역시 도로가 문제로 지목된다. 산란지인 업동저수지 인근 용당동 대주피오레아파트 방향으로 편도 1차선 도로가 있어 여지없이 로드킬이 발생하고 있다. 순천한울타리보호협회가 지난 2021년부터 지난 2월까지 해당구간 로드킬 수치를 조사한 결과 총 40마리 두꺼비가 로드킬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순천한울타리보호협회는 두꺼비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용당동 대주피오레아파트 1차선 도로 구간에 대해 3~5일간 전면 차량통행 제한을 시행했으나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광양시가 지난 2019년 두꺼비 로드킬을 예방하기 위해 비평저수지 일원에 설치한 울타리.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순천시는 두꺼비 로드킬방지를 위한 생태통로조성사업을 환경부에 공모·선정됐으며 국비 4억원을 확보했다.

순천시는 로드킬 발생 구간인 용당동 대주피오레아파트 방향 편도 1차선 구간에 유도울타리 339m, 산란지인 업동저수지에 경계목 82개, 유도울타 리64m 를 오는 10월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강구연 순천시 기후변화정책팀장은 “이번 생태통로 조성으로 두꺼비가 안전하게 산란·회귀할 수 있는 과정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립생태원으로부터 생태통로조성 구간, 길이, 방향 등을 자문받아 수정·보완해 제기능을 하는 생태통로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인력 확충·차량속도제한해야

파충류 전문가들은 광양·순천 두꺼비 로드킬을 줄여나가기 위해 차량 이동 속도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로드킬 방지를 위해 인력확충도 뒤따라야 한다.

송의근 국립생태원 생태적응팀 전임연구원은 “두꺼비 로드킬 방지를 위해 생태통로 구축과 울타리 조성에 이어 지자체가 나서서 두꺼비를 구출하기 위한 인력확충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함충호 네이처 양서파충류연구소장은 “광양·순천 로드킬 주원인은 차량의 이동이다. 차량 속도를 늦추면 두꺼비들을 식별할 수 있게 된다”며 “스쿨존에서 차량 이동 속도를 30㎞로 제한했듯이 두꺼비가 이동하는 2월~7월까지 한시적으로라도 차량 이동속도를 제한하는 조치를 지자체가 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남녹색연합 활동가들과 광양시가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들이 비평저수지 일원을 연중 순찰하며 이동하는 두꺼비들을 안전한 산란·서식지로 옮겨주고 있다
두꺼비 산란지인 순천 업동저수지 인근 용당동 대주피오레아파트 방향으로 도로가 조성돼 있어 두꺼비들이 이동하다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글·사진=조진용 기자
글·사진=조진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