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김영록> 규모 있는 지역은행을 생각해 본다
김영록 세무사
2023년 03월 08일(수) 14:49
김영록 세무사
무엇인가에 크게 놀란 경험은 평생 간다. 어떤 사람에게는 트라우마가 되기도 하지만, 필자에게는 긍정적으로 인생의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으로부터 38년 전 대학 입시를 실패하고 광주에서 가장 가까운 바닷가 함평 주포에서 선친을 돕기 위해 경운기 엔진을 앉힌 조그만 어선을 탔다. 당시 경제적 여건상 재수는 언감생심이었고 부모님을 돕다가 군대를 갈 계획이었다.

그해 9월 어느 날 함평만에서 큰 새우를 잡기 위한 어망 10개를 펼쳐놓고 기다리던 중, 순간 하늘과 바다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돌풍에 의한 비바람으로 일엽편주가 됐다.

죽음 직전까지 갈 정도로 악전고투 끝에, 천만다행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선친께 재수를 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광주에 올라와 공부해 지금 이렇게 살아서 졸고를 쓰고 있다.

그 뒤로 해양사고 뉴스를 종종 접하면 무서움증이 되새겨지지만, 필자에게 그날 폭풍은 인생에 큰 전환기가 됐다.

필자의 얘기처럼 유난히 힘들고 추었던 겨울이 지나, 최근 연 3.5%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년6개월 만에 동결됐다. 멈췄다는 표현을 할 수 없는 건 미국과 한국은행의 매파들이 또 언제 올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이자로 나가는 돈이 많아 쓸 돈이 없어 경기침체가 더 우려스러운 이유일 것이다. 더 정확한 팩트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더 이상 은행 좋은 일만 할 수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기준금리가 올라가면서 은행의 예대 마진 즉, 예금수신에 대한 지급이자와 빌려준 돈에 대한 대출이자의 차이만 키웠다. 원유 가격이 오를 때 바로 주유소 가격표를 올리다보니 정유사 마진만 늘어나는 것처럼, 은행도 마찬가지로 한국은행 기준금리 올리자마자 수신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빨리 적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5대 시중은행 고연봉의 퇴직자 2200명에게 평균 10억, 합계 2조2000억원을 마련해 준 셈이다.

이왕 말이 나와서, 대한민국 금융수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동결 후 인터뷰를 들어보자. ‘차를 운전하는데 안개가 가득하면 세우고 안개가 사라질 때를 기다린 다음 갈지 말지 봐야 하지 않느냐’ 여기서 안개는 무엇인가? 고액 연봉 연구원이 수십 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은 경기예측도 못 하는 것인가!

솔직히 작금의 세계적인 금융은 기준금리만으로 돈의 흐름이 달라지는 시대가 아니다. 즉 얼마든지 주식, 채권, 파생상품 등으로 자금 흐름이 순간 바뀌는 세상이다. 가까운 일본 만해도 0%대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 금융처럼 가계 대출상품이 많은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영끌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만 피해를 본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만 좋은 일 시켜주는 역할만 하고, 필자의 들어가기 얘기처럼 갑작스런 이자 돌풍으로 서민들만 죽어나가는 것이다. 특히 최근 호남통계청 2월 지역 소비자 물가동향 발표에 의하면, 광주가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기록했다 하니 측은지심의 마음뿐이다.

지난해부터 고용시장과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기준금리 상승은 현재 4.5~4.75% 수준에서 향후 3~4차례 더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그 나라를 위한 연방준비제도의 빅스텝을 굳이 한국은행이 따라 갈 필요가 있나 부족한 소치로 생각해 본다. 그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G1을 위협하는 중국에 맞서, 해외로 이전했던 공장들을 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이 고용지수와 물가폭등으로 이어지고 있어 기업대출이 많은 커머셜 즉 상업은행을 규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기준금리에 맞춰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올리면 서민들 카드론,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카드사와 은행들만 좋은 일이고 소매금융 소비자 서민들만 피해를 입혀 친구 따라 강남구경 가는 것이고 부화뇌동 격이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예대금리차를 단순 비교 공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잔액 기준 금리차가 추가돼 은행별 예대마진 특성을 전반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다가오는 7월부터 예대금리차 정보와 함께 가계와 기업대출의 금리, 예금금리 등과 같은 상세한 금리정보도 모두 잔액 기준으로 표시해야 한다. 향후 은행의 가계대출금리 비교공시 항목을 보고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에 더해 각종 대출의 은행별 금리를 들여다 볼 수 있고 세분화된 기준금리, 가산금리, 우대금리 등을 볼 수 있게 된다. 결국 공시제도의 변화는 시중은행보다 지방은행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도 규모의 경제다. 규모의 경제는 ‘하나의 재화를 생산하는 데에 비용이 감소하는 이야기인데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평균비용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금규모가 큰 5대 시중은행이 우리 지역에 할당된 자금 규모는 전국적인 인구비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 경기 수도권 중심의 경제 집중화로 인해, 산업화 규모가 작은 우리 지역에 배정된 금융도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역산업을 걱정하는 필자 입장에서 우리 지역도 대구은행이나 부산은행처럼 경쟁력 있는 지역은행이 절실하다. 유독 저축은행, 농협, 신협,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이 많은 우리 지역금융은 규모의 경제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금융도 당분간만이라도 한쪽으로 몰아주어 지역은행 몸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광주전남의 대표은행인 지역은행의 경우 대출금리가 낮은 여타 시중은행과는 비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대한 지역민들에게 호소하여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향후 공시되는 대출이자를 줄여야 할 것이다. 앞에서 필자의 경험처럼 최근 금융당국의 공시제도 변화가 지역은행에 도움이 되는 전환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