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민주주의 실현하는 조합장 선거
김은지 전남취재부 기자
2023년 03월 07일(화) 17:43
김은지 기자
풀뿌리 지역 경제를 책임질 수장이 결정되는 운명의 날이 밝았다.

8일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전국 1347곳 조합에서 새로운 수장이 선출된다.

지역 경제를 책임지는 중요한 선거이자 생활 속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의미를 갖는 이번 선거에서는 광주 16명, 전남 130명의 조합장이 새로 선출되며, 나머지 54개 선거구에서는 무투표로 당선을 확정했다.

조합장선거는 선거구당 평균 선거인 수가 2000명이 채 안 되는 소규모 선거지만 선출된 조합장은 고액 연봉이 보장되고 인사권·경영권 등 전반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과거 임명제였던 조합장은 1988년부터 조합원이 직접 선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합 스스로 관리했던 선거는 불법 행위가 판치며 ‘돈선거’로 치러지기 일쑤였다.

결국 조합장선거는 불법행위를 저지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 2015년부터 전국에서 동시 실시됐다.

선관위는 3회째를 맞은 이번 조합장 선거 슬로건을 ‘깨끗한 경쟁, 현명한 선택, 희망찬 조합’으로 결정했다.

‘돈선거’라는 불명예를 씻어내고, 불법 선거 예방·단속 활동과 함께 조합원 인식 개선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단 나흘 만에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위탁선거법) 위반으로 20여건이 접수, 60여명이 조사를 받았다.

전남 선관위는 위반 사례를 고발한 4건에 대해 포상금 3650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번 선거 역시 ‘혼탁·과열’이라는 수식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국가기관인 선관위에 위탁된 이상, 이제 조합장선거는 공직 선거만큼이나 공공성, 투명성, 중립성이 강조돼야 한다.

후보자들은 두툼한 돈 봉투가 아닌 내실 있는 공약들을 들고 조합원들의 선택을 호소해야 한다.

조합원들 역시 조합장을 선출함에 있어 ‘어느 후보자가 돈을 더 많이 쓰는지’보다 ‘앞으로 우리 조합을 이끌어나가기에 충분한 역량을 가졌는가’로 후보자를 판가름해야 할 것이다.

돈 봉투로 결정된 대표자에게 공정하고 청렴한 조합 운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 선거의 슬로건 중 ‘깨끗한 경쟁, 현명한 선택, 희망찬 조합’ 중 현명한 선택과 희망찬 조합은 아직 실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부디 조합원의 깨끗한 한 표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생활 속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