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생존자들 “3월6일은 ‘제2의 국치일’”
1532개 시민사회 등 국회서 시국선언
정부 제3자 변제안 규탄…"2차 가해"
양금덕 “그런 돈은 죽어도 안 받는다”
주말 규탄 집회,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2023년 03월 07일(화) 16:40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규탄 긴급 시국선언에서 참석자들이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일제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들과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윤석열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가해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면죄부를 줬다”며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주고, 인권을 유린당한 일제 피해자들을 불우이웃 취급하며 모욕감을 안기는 2차 가해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비상 시국선언을 통해 “2023년 3월 6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공식 문서 한 장 없는 이 희한한 해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회복을 위해, 법적 소송은커녕 고국 땅조차 밟지 못한 채 억울하게 구천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일제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국선언에는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과 정의기억연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민족문제연구소 등 1532개 시민사회단체와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함세웅 신부, 신경림·황석영 작가 등 각계 원로를 비롯한 9614명이 이름을 올렸다.

정부가 발표한 ‘제3자 병존적 채무 인수(제3자 변제)’ 방식 피해배상 방안에 대해선 철회를 촉구했다.

강제징용 피해 생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이날 우리 기업이 기금을 출연하는 방식에 대해, “그런 돈은 죽어도 안 받는다”며 “내가 우리나라에서 고생을 했느냐. 일본에 가서 고생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 할머니는 “힘을 합쳐서 윤석열(대통령에게) 퇴장하라고 말하고 싶다”며 “무슨 나라를 이끌고 대통령을 한다고 하느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성주 할머니도 “정신대에 끌려갈 때 중학교, 고등학교 다 보내주고 일하면 월급도 준다고 꼬셔서 (일본에) 데려가서 평생 골병이 들게 만들어놨다”며 “지금은 나 몰라라 하고 있는데 우리는 어디다 대고 하소연을 해야 하느냐”며 정부를 비판했다.

‘일본의 강제동원 사죄와 전범기업 직접배상을 촉구하는 의원모임’ 등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등 야권 의원들도 정부 배상안을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제3자 변제’ 방식 배상 결정에 대해, “해법이 아닌 새로운 문제를 만든 것”이라며 “국가는 굴종하고, 국민은 굴욕을 느끼고, 피해자는 모욕을 느끼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과거 잘못된 위안부 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어떤 심판을 받았는지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이고 반국가적 야합, 일방적 선언에 대해 끝까지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우리 기업이 출연금을 내는 순간 친일기업으로 낙인찍힐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윤석열 정부는 똑똑히 들으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냐, 일본의 대통령이냐고 국민이 묻고 있다”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수십년 싸움을 자신의 치적 찾기에 묻으려는 윤석열 정부의 이번 결정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윤석열 강제동원 굴욕해법 규탄한다’, ‘일본은 강제동원 사죄 배상하라’, ‘전범기업 미쓰비시 사죄 배상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오는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해법 무효 범국민 대회’를 열고, 범국민 서명운동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