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84>태산에 오른 사람들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2023년 03월 02일(목) 13:45 |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조선 전기의 문인이자 서예가인 양사언의 시조다.
어린 시절부터 익히 들어온 것이라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지만
그 많은 산들 중에서 태산을 들고 나온 것이 항상 궁금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해서 결국 중국 산동성에 있는 그 태산에 올랐다.
정상인 옥황정이 1,545m다.
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이곳을 오악의 으뜸이라 했다.
산의 높이와 멋스러움 보다는 역사적 의미에 주안점을 둔 것일 게다.
춘추전국시대 이전 상고시대부터 72명의 제후들이 올랐고,
봉선제를 지낸 최초의 황제는 진시황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격의 까다로움으로 지금껏 6명의 황제만이
7,000개가 넘는 계단을 딛고 오를 수 있었다.
걷다 기다를 반복해 가며 남천문에 닿으니
비로소 속세와 신의 경계에 이르는 것이라고 했다.
동이 트기도 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꿈틀대며 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일출 전망대에 몰린 인파가 장난이 아니다.
신의 영역에서 맞이하는 일출이라니 뭐가 달라도 다른 것일까.
해묵은 역사를 딛고 황제의 길을 따라 힘들게 올라온 태산
모두들 도교사상을 기반으로 한 기복신앙에 빠져있다.
상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의 먼 조상들과도 인연이 닿는 곳이어서
이곳의 역사적 의미를 알 듯 말 듯 하지만
잃어버린 역사를 찾아 떠도는 늑대 한 마리
오늘도 외로울 뿐이다.